'가습기살균제 개정안' 통과에도 유족들은 아직도 '통한의 눈물'
'가습기살균제 개정안' 통과에도 유족들은 아직도 '통한의 눈물'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0.09.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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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후유장해엔 1.7억원·유족엔 1억 지급…"피해구제 대폭 강화"
유족들은 “미흡” 반발..."국가재난 인정하라", "전체 피해자에 장해급여 지급하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정부에 대한 항의표시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유족에 지급하는 특별유족조위금이 상향됐다. 그러나 유족들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지적에도 조사판정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5일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특별유족조위금을 4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고, 개별심사를 중심으로 피해자 여부를 판정하도록 조사판정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오는 25일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특별법 제정된 이후 지원 대상은 280명에서 2946여 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고, 피해지원 금액도 42억 원에서 552억 원까지 확대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다양한 건강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조사‧판정체계 개편, 장해급여 지급기준 신설, 특별유족조위금‧요양생활수당 상향 등 피해자 구제 및 지원 등이 담겼다.

우선 구제급여 지급이 확대된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특별유족조위금을 약 4000만 원에서 약 1억 원이 된다.

요양생활수당 지급을 위한 피해등급을 세분화(3단계→5단계)하고, 지급액을 약 1.2배 상향해 초고도 피해등급은 매월 약 170만5000원을 지급받게 된다. 장해급여에 대한 지급기준도 신설한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인한 질환이 치유된 후 장해가 남은 정도에 따라 일시금으로 최고 1억7200만 원까지 지급한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조사판정체계도 개편한다. 폐질환‧천식 등 기존에 건강피해가 인정된 질환 외에도 다양한 건강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조사판정체계를 바꿨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질환이 발생‧악화됐거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경우 피해자로 인정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장기간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질환 유형과 관계없이 피해지원 유효기간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피해자가 가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할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변호사 상담 등 법률 자문 지원 △소송진행을 위한 준비사항과 진행방법 등에 대한 공통 안내서 제작 등도 실시한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피해자와 더 소통하고 피해자 곁에 있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더욱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조사판정체계 개편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참위가 지적했던 당초 입법예고와 사실상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사참위는 “피해지원 확대, 특별유족조위금, 장해급여 등 핵심적인 사항이 당초 입법예고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다”며 반발해 왔다. 사참위는 1억 원의 특별유족조위금도 “2018년도에 무자력 사망피해자에게 지급된 3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청구자료를 활용해 직접 피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신속심사·구제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온다. 정부는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개인별 의무기록을 종합검토하는 개별심사를 중심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여부를 판정할 계획이다.

사참위는 1억 원의 특별유족조위금도 “2018년도에 무자력 사망피해자에게 지급된 3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달 5일 가습기피해자 연합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단체들은 공청회를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환경부는 생색내기용 시행령안을 당장 폐지하고 피해자 의견을 경청하라"고 요구했다.

박혜정 가습기피해자 연합 대표는 "개정 시행령안은 피해자 의견을 무시하고 정부와 가해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꼼수 시행령"이라며 "피해 인정에 불리한 기존 시행령 조항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취지를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약속이 진심이었다면 피해자들이 긴 세월 동안 초지일관으로 요구했던 피 같은 의견들을 지금이라도 시행령에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근육·신경·면역계 등 전신질환 피해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피해로 포함하는 등 피해인정 범위를 확대할 것과 특별유족조위금 인상, 장해급여 지급대상 확대, 호흡기 장애 등급 세분화 등을 요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결사반대'라고 적힌 흰 띠를 이마에 둘러매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재난 인정하라", "전체 피해자에 장해급여 지급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조사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도 지난달 공식 입장을 내고 환경부의 시행령안이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며 수정·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따른 지원 신청자는 총 6852명으로 이 중 1560명이 사망했다. 신청자 가운데 2946명이 피해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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