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독립해 '세계 1위' 굳힌다
LG화학 배터리, 독립해 '세계 1위' 굳힌다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0.09.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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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첫 흑자에 수주잔량 급증해 투자자금 필요
더 치열해지는 국내외 배터리 시장환경도 분사 앞당겨
상장까진 시간 걸릴 듯…주가하락 일부투자자 불만 폭발
LG그룹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LG화학이 전기차 부문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통해 세계 1위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문사업 분야로의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 오는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분사는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하며,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분사 대상은 자동차 전지, ESS(에너지 저장장치) 전지, 소형 전지 부문이다.

LG화학측은 회사분할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되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적분할을 택한 이유에 대해 "신설하는 배터리 전문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 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가운데)

◇25년만의 분사 '왜'…구광모 회장의 '근거 있는 자신감'

LG화학이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지 25년만에 분사 결정을 내리자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분사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대한 LG화학의 자신감이 읽힌다.

또한 중국 CATL, 국내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와의 설비투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장을 선점할 실탄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분사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주식시장 상장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분사가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퀀텀 점프'로 기록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LG화학은 회사 분할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전기차 배터리의 구조적 이익창출 본격화를 꼽았다. 올해 2분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몇분기째 줄곧 적자를 이어오던 배터리 사업에 확신을 갖게 한 순간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흑자 폭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고, 연간 흑자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SNE리서치)에서 25.1%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일본 파나소닉을 가뿐히 추월한 데 이어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도 제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LG화학은 선제 연구개발(R&D)을 통해 가격, 성능,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 3세대 전기차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이래 순수 연구개발에만 수조원을 투자했고 특허 건수 기준으로 2만2000건이 넘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NCM523 배터리를 양산했고 2016년 하이니켈 파우치형 NCM622 배터리를 내놓기도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니켈 함량이 90%에 달하는 NCMA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수주 낭보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GM과의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고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포드, 폭스바겐, 르노 등에도 배터리를 대고 있다.

이번 분할로 배터리 사업 가치를 재평가받게 되면 보다 수월하게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외 치열한 배터리 경쟁, 분사 앞당겼다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국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 쟁쟁한 경쟁 업체와의 '속도전'도 이번 분사를 앞당겼다. CATL은 올들어 LG화학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중국 거대 전기차 시장이란 든든한 뒷배를 가졌다. LG화학의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도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미국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파나소닉의 경우 오래전부터 배터리 기술력을 갖춰온 업체로 테슬라와의 관계가 견고해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이에 더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고 특히 배터리 소송 상대인 SK이노베이션의 기세가 무섭다.

이러한 상황에서 LG화학은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주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42조원이었으나, 가장 최근 수주 잔고는 150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총 배터리 생산 능력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1회 충전시 380㎞를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 16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오는 2023년까지는 2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이때는 LG화학의 배터리로 전기차를 330만대나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 LG화학은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투자 자금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분할로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든든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분사 후 LG 에너지솔루션은…"상장은 내년?"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아직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쯤에는 IPO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에 대해서는 LG화학도 말을 아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소송과 분사는 별개"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사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상장까지 가려면 배터리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는 데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LG화학에 남게 되는 석유화학 사업 등에도 이번 분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부문에서도 적기에 필요한 투자를 집중해 배터리 사업과 함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신설 법인을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LG화학 주가가 이틀간 약 9% 가까이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분사가 장기적으로 LG화학의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고 구본무 전회장의 집념...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결실

LG화학은 1995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전 회장이 1990년대초 영국 출장에서 충전식 2차 배터리를 접한 뒤 배터리 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럭키금속에 배터리 연구를 지시한 게 계기였다. 구 전 회장은 2차 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올 정도로 관심을 보이며 연구를 독려했다고 한다.

1997년 LG화학이 럭키금속의 연구를 이어받아 파일럿(시험)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했지만 당장 양산에 이를 정도의 품질은 갖추지 못했다. 1998년에 국내 최초로 리튬 이온전지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2001년에는 노트북용 2200㎃h급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소형 배터리에서 먼저 가시적 성과를 냈다.

2002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 시험하는 구본무 당시 LG 회장
2002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 시험하는 구본무 당시 LG 회장

전기차 배터리에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연구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소형 배터리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회사 안팎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가 태동 단계여서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생산 공장 건설, 연구·개발에 드는 막대한 투자 비용도 기업으로선 부담이었다.

2005년 즈음 배터리 사업에서 2000억원 가까이 적자를 기록해 내부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자 구 전 회장이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자. 꼭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자. 여기에 우리 미래가 있다"고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이후 LG화학은 2007년 현대 HEV(아벤떼), 2009년 미국 GM 볼트(Volt)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 3대 완성차 업체인 미국 GM이 LG화학을 선택하며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LG화학은 2009년에 충북 오창에, 이듬해인 2010년에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전기차 배터리에 본격 '올인'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에 착수한 이후 매년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전체 R&D 투자 중 배터리 분야 투자만 30%, 시설 투자 금액은 4조원에 육박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현황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현황

현재 충북 오창, 미국 미시간주, 중국 남경, 유럽 폴란드 등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GM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합작법인 설립을 맺고 현재 건설 중이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가 회사의 미래 유망사업으로 자리를 잡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20여년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는 올해 2분기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2018년 4분기에 '반짝' 흑자를 낸 적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올해 들어서야 완성됐다.

2분기 사상 최대 이익 달성이 그간 말만 무성했던 사업 분할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구광모 회장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 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한 것은 처음이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철학이 고스란히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에 투영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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