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체제의 근본적 문제점
코로나19 방역 체제의 근본적 문제점
  • 신부용
  • 승인 2020.09.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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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칼럼] 지금 대한민국은 온 나라가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확진자로 판명되면 우주인같이 차려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환자를 중죄인 다루듯 데려가 격리시킨다.

환자 본인은 자신이 들렀던 상점이나 유흥업소 등이 문 닫는 비극을 지켜봐야 하며, 이들의 피해에 대한 구상권 발동까지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가족들도 이웃의 경계 대상이 되고, 심지어 등교나 출근을 하지 말라는 집단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국가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폐업과 실업자가 급증하고, 코로나 관련 비관 자살도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이 비극이 언제나 끝날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런 국가적 분란의 주범인 확진자란 과연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질환의 종류나 상태를 확실하게 진단받은 사람’으로 나와 있지만 요즈음 보건 당국의 정의는 ‘코로나19 감염자’다. 이 ‘확진’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자.

확진자, 즉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아무 증상이 없어 자신도 모르고 지나치는 무증상 환자다. 이들은 항체가 생겨 면역 기능을 갖거나 면역 없이 이른바 ‘깜깜이 전파자’가 될 수 있다. 둘째는 경증 환자다.

이들은 발열, 기침, 두통 등 감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해열제나 기침약 등으로 회복되지만 증상이 악화되어 셋째 부류인 중증 환자로 발전할 수도 있다. 중증 환자는 음압병동에 격리되어 인공호흡 등 특별 치료를 받는다. 이들도 대부분 치유되지만 고령자나 당뇨병 등 기저질환자 중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타난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최근 1%를 밑돌아 일반 독감과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 방역 체제는 몇 가지 근본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위에 제시된 세 부류의 환자가 모두 확진자로 일괄 처리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억울한 취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서울의대 유태우 박사는 최근 유튜브에서 확진자의 1%에 불과한 중증 환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나 무증상 또는 경증인 나머지 99%는 오히려 집에서 더 쉽게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1%라는 수치가 계산 과정에서 분모를 잘못 인식한 통계상의 오류라고 반박했을 뿐 다른 조처가 없는 것을 보면 대체로 묵인하는 낌새다. 기껏해야 감기약 정도로 해결되는 경증 이하 환자들을 나랏돈으로 2~3주일씩 교도소와 다름없는 수용시설에 집어넣는 것은 국력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의 소지마저 있다.

여기서 당국이 추구하는 방역의 목표가 무엇인지, 목표라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기나 한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국가적 중대 사안이므로 확고부동한 방역 목표를 국론으로 설정하고 엄중한 전략으로 대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떻게 하면 코로나19를 최대한 억제·차단하고 치명률을 낮춰 희생을 최소화하느냐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감염 차단’과 ‘치명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치료’가 목표인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과 중증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것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말하자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현장에서 죽도록 뛰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코로나를 완전히 퇴출시키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추적 조사에서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은 깜깜이 환자의 비율이 지난 3월 4%에서 꾸준히 늘어나 지금은 25%도 넘는다. 감염 차단 전략의 적중률이 75%도 안 되고 그나마 계속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토록 불합리한 목표와 전략으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방역 정책을 즉각 수정해야 하나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게 우리 방역 체제의 두 번째 근본 문제다.

방역 목표는 당연히 ‘국민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어야 한다. 의료인들은 국민의 60%가 면역력을 갖추면 해당 질병에서 해방된 것으로 본다. 정부는 이러한 집단 면역 상태를 방역 정책의 목표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아울러 국민이 자가진단을 통해 감염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당국이 지도·감독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이나 단체 등도 자체 대응 능력을 갖추고 구성원들의 자체 방역을 유도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민간 의료 체제가 고도로 발달되어 있는 데다 이미 국산 자가진단키트가 미국과 유럽연합의 인정을 받아 올 3월부터 각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들 키트를 국내에도 하루빨리 보급해야 한다.

세 번째 근본 문제는 정부의 정보 독점과 조사·연구 부재다. 대구가톨릭의대의 학술 논문에 의하면 대구 시민의 7.6%가 이미 면역력을 갖췄다. 수천 명 중에서 면역보유자를 고작 1명 찾아내는 데 그친 당국의 검사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철저한 조사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사례의 하나다.

현행 방역 체제에 치명적 문제점들이 노출된 만큼 철저한 보완책 수립을 서두를 때다. 차제에 민간 분야와 힘을 합치는 전략을 강력히 제안한다. 시기를 놓치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잃지 말고 최선의 방역 체제 수립에 총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 shinbuyong@kaist.ac.kr )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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