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코로나 장기화하면 가계·기업 부채 부실 우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와 경영난을 겪는 가계와 기업이 앞다퉈 돈을 빌리고, 여기에 부동산·주식 투자금 대출까지 겹치면서 민간(가계·기업)의 빚이 나라경제 규모의 두배를 훌쩍 넘어섰다.
가계가 진 빚의 소득대비 비율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아 향후 소비회복 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0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말 현재 민간부문의 신용(가계·기업의 부채)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6.2%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말(201%)과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5.2%포인트나 뛴 것이고, 관련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선 가계신용을 보면 2분기말 기준 가계부채는 163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이 각각 6.4%, 3.9% 증가했다. 더구나 한은은 보고서에서 "6월 이후에도 주택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택관련 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8월말 기준 주택관련 대출과 기타대출은 5월 말보다 각각 15조4000억원, 17조8000억원 급증했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보다 81.2%, 93.3%나 많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처럼 가계 빚이 빠르게 불어나는데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2분기 말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66.5%로 높아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 기록이다.
한은은 "자영업자 매출감소와 고용상황 악화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원리금 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로 아직까지 신용위험이 현재화하지는 않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업신용은 2분기 말 현재 2079조5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1897조1000억원) 대비 9.6% 증가한 규모로, 2009년 3분기(11.3%)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외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향후 기업의 신용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민간대출 급증에도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일반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6월말 현재 0.71%로 지난해(0.91%)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다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지난해 상반기 0.65%(연율)에서 올해 상반기 0.49%로 0.16%포인트 떨어지는 등 은행의 수익성은 나빠졌다. 코로나19 대출 관련 대손충당금과 예대 금리차 축소 등의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한계기업이 전체 외부감사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인 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평균 10.5% 감소)을 고려하면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21.4%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해 한계기업은 3475곳(전체의 14.8%)으로, 관련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다.
한계기업 여신은 전체 여신의 22.9%(175조6000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지난해 한계기업 여신(115조5000억원, 전체대비 15.0%)보다 52%(60조1000억원)나 급증한 규모다.
한은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한계기업과 여신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금융기관은 기업 여신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충당금 적립 등 손실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계기업의 예상 부도확률은 2018년 12월 3.1%에서 지난해 12월 3.2%로 상승하더니 올 6월에는 4.1%까지 상승했다. 4.1%는 비(非)한계기업(1.7%)의 2.5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