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전망치’ 자화자찬?...‘경제낙관론’보다 ‘경제난관론’이 현실적
'OECD 전망치’ 자화자찬?...‘경제낙관론’보다 ‘경제난관론’이 현실적
  • 권의종
  • 승인 2020.10.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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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상대 비교한 올 '마이너스 성장' 자랑거리 안 돼...韓 경제, 코로나 조기 종식-경제 회복 두가지가 급선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의료정책 관련 갈등이 진정 국면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명문화를 이뤘다. 의대생들도 동맹휴학과 국가고시 거부 등 단체행동을 중단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더 나은 의료와 국민의 건강이 우선임을 밝혔다. 젊은 예비 의사들의 슬기로운 결단은 큰 박수감이다.

의료계 파업 중에 눈에 띈 게시물이 있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이었다. 논란이 일자 곧바로 삭제되긴 했으나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있다.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할 수도 있는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 객관식 질문이었다.

여기서 ‘전교 1등’은 고등학교 때 성적을 말한다. 성적 우수자들 만이 의대에 들어가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성적이 최상위권을 넘어 극상위권에 속해야 한다. 외국의 예도 다르지 않다. 미국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경쟁률이 우리 못지않게 치열하다. 뿐만 아니라 등록금 부담도 크다. 공부를 잘해도 돈이 없으면 감히 입학을 마음먹기 어렵다.

고생을 하면서 꾸준히 공부하여 얻은 결과는 인정되는 게 당연하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간절히 염원하는 공정사회의 참모습이다. 그렇다고 고교 성적이 의사로서 능력과 자질의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현실이 문제다. 고교 때 실력이 개개인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크다. 내신과 수능 성적이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고, 대학에 따라 일자리의 질이 달라지는 짜증나는 세태를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좋은 의사’는 성적 순이 아니다...말 잘 들어주고 자상히 설명하는 감성적 의사에 호감

좋은 의사는 성적순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과 인성으로 구별된다. 환자나 보호자로 병원에 다니면서 체감하는 부분이다. 좋은 학벌을 갖췄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 가는 의사가 있다. 명문 학벌은 아니어도 존경받는 의사가 존재한다. 논리 정연하나 사무적으로 무뚝뚝하게 대하는 지성적 의사는 비호감이다. 환자 말을 잘 들어주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감성적 의사에 믿음이 간다. 더 빨리 나을 것은 느낌도 준다. 

‘성적순 증후군’은 경제에도 널리 퍼져있다. 의료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목표 측정의 수단이 되어야 할 실적과 순위가 목표가 되는 주객전도가 일상화되어 있다. 엊그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종전(-0.8%)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이와 관련해 경제부총리는 OECD 회원국 중 우리의 성장률이 가장 높고, G20 국가를 포함해도 가장 양호한 수준임을 자랑했다.

이어 정책 권고 내용이 현재 정부 정책 방향과 대체로 부합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자평했다. 또 OECD가 권고한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 유지,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 디지털·환경 관련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2021년 예산안, 한국판 뉴딜 등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는 해설까지 곁들였다. 이쯤 되면 자화자찬 수준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한술 더 뜨고 나섰다. “이번 OECD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코로나19와 싸워온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국민은 정확한 사실로 국가에 자부심을 느끼고 기운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까지 힘주어 말했다. 아전인수도 유분수지 아무리 봐도 정도가 지나치다.

모두 낙제점 수준인 ‘도긴개긴’ 상황...‘도토리 키 재기’식 국가별 순위 매김은 의미 없는 일

없는 말을 꾸며낸 것은 아니다. OECD 발표 자료를 보면 우리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G20에 속하는 19개국 중에서 중국(1.8%) 다음으로 높다. 두 번째다. 일본(-5.8%), 독일(-5.4%), 영국(-10.1%)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6.5%), 러시아(-7.3%), 인도(-10.2%) 등 개발도상국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우리가 방역과 경제 대응 양 측면에서 모범 국가임을 보여준다.

도긴개긴 상황에서 ‘도토리 키 재기’ 식의 비교는 유익이 없다. 세계 주요국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나같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국가별 순위 매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두가 낙제점 수준에서 우리의 수치가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낫다는 말에는 분명 어폐가 있다. 역성장의 크기만 다를 뿐 역성장을 한 것은 마찬가지다. 「맹자」의 표현대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거기서 거기다. 성장이 부진한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정부가 성질이 급하다. 툭하면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가 보인다는 기대감을 드러낸다. 공감하는 자 많지 않다. 경제 활력 회복을 국정 운영 방향으로 삼겠다는 다짐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런 소리는 예전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다. ‘경제낙관론’의 막연한 단정은 약발이 잘 안 먹힌다. 차라리 ‘경제난관론’의 결연한 의지 표명이 설득력을 가질 듯싶다. 위기감이 더 나은 미래를 부른다.

경제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다. 국가별 서열은 지향점이 못 된다. 설령 순위가 뒤져도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급선무는 두 가지다. 코로나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고 급전직하의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자화자찬이나 늘어놓을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서둘러 성과를 내야한다. 철저한 방역 기조 하에서 민생 경제 지원, 경기 보강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자랑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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