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내가 청와대 출입기자를 할 때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통역으로 있었다. 당시 강 장관과는 한두 마디 나누었을 정도다. 말 수가 많지 않았고,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최근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출국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강 장관이 숨기지 않고 솔직함을 드러내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이다.
나는 지난 3일 이 교수가 미국으로 출국했을 때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철부지 남편’이라는 칼럼을 썼다. 사실 칼럼을 쓸 때 고민도 했다. 출국 자체만 놓고 문제 삼기는 좀 그랬다.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국이 몰고올 파장 등을 고려해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 강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강경화는 솔직했다. 그래서 매도 덜 맞았다. 오히려 동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어제 지인들과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강 장관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 장관이 남편을 끝까지 말렸는 데도 떠났을 것이라고 말들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편이 나간다고 하는데 뜯어말리지 않을 부인은 없다. 강경화도 한 나라의 장관이자 한 남편의 아내다. 더군다나 출입국을 관리하는 주무 장관이기도 하다.
강 장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기 전 “국민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해외여행과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제 남편이 해외 출국을 해 경위를 떠나 매우 송구스럽다”고 머리부터 숙였다. 이어 “이에 대해 많은 의원의 질의와 질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성실하고 성의있게 답변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강 장관은 남편이 오래 전부터 여행을 계획했는데 만류했어야 했다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지적에 “개인사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뭐합니다만 제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편 이 교수가 상식이 있다면 나가지 말았어야 옳았다. 사실 뜯어말려도 나간다고 하면 말릴 방법이 없기는 하다. 강 장관은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대답했다고 할 수 있다.
강 장관은 외교부가 국내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했던 시기에 국민 불편이 없도록 미국과 여행길을 열어 놓으려고 애를 썼고, 현재 매달 국민 1만5000∼1만6000명이 여러 이유로 미국에 간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가는 것을 보고 그때 문 열어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런 생각도 있었으니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비교된다. 추미애는 무려 27번이나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 그것 때문에 국민들이 더 화가 난다. 오죽하면 당직사병이 추미애를 고소한다고 할까. 자기가 한 짓을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추미애도 강경화처럼 솔직하게 나왔더라면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무위원의 자질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강경화의 솔직함 만큼은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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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