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형! 내 꿈 좀 찾아줘"
“테스 형! 내 꿈 좀 찾아줘"
  • 김명서
  • 승인 2020.10.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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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있기나 했던 걸까?...그 꿈은 어디로 간 것일까?”

[김명서 칼럼] 추석연휴를 강타한 나훈아 TV콘서트의 여진이 여전하다. 가정이건, 직장이건 어느 자리에서나 부담 없고 흥겨운 화젯거리는 나훈아다. 어느 덧 열흘 이상 지났으니 트집잡기식 비아냥도 나올 법한데 칭찬 일색이다. 누군가가 먼저 말문을 열면 반색을 하며 한마디씩 한다.

‘나훈아는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등 대화 내용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카톡 등 본인 SNS에 나훈아 사진과 노래를 배경에 올리는 것은 흔히 목격되는 ‘나훈아 신드롬’ 사례다.

신곡 ‘테스형’을 선두로 과거 히트송까지 나훈아 노래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제목을 딴 ‘테스형’은 나이 불문하고 모든 연령층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라톤(플라톤)형’ ‘막스(마르크스)형’ 등 패러디물까지 등장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테스형! 커버송(따라부르기)’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흥행의 비결은 나훈아의 개인기다. 나훈아 신드롬은 나훈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73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가창력은 예전과 다름없이 탄탄했다. 동갑인 ‘레전드’ 송창식도 언젠가부터 아슬아슬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훈아는 전혀 흔들림 없이 옛 모습 그대로였다. 무대 매너는 여유로움 속에 카리스마가 넘쳤고 퍼포먼스도 화려했다.

‘소신 발언’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메시지가 분명했던 KBS 관련 발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KBS는 정말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여기저기 눈치를 안보는 정말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어야 한다.”-방송 중간에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밤늦은 시간인데도 지인들의 SNS 단체방에는 “시원하다” “후련하다” 등 ‘이심전심’성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나훈아는 KBS 제작진에 본인 발언을 절대로 편집을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무슨 의도인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발언 한마디 한마디도 공연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삼아 세심하게 준비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기 맑으니 별과 달 뒤에 숨은 꿈도 잘 보여”

나훈아는 “가수는 꿈을 파는 직업”이라고 했다.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그에게는 꿈이다. 그 만큼 그가 추구하는 인생 최고의 지향점이며 절대적 가치라는 뜻일게다. 대중이 ‘꿈’이라 여길 만큼 꿈같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이 그의 일관된 소망이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그 꿈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과 정성도 각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훈아는 이번 공연을 위해 6개월을 열심히 준비했다. 대부분의 퍼포먼스는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2시간40분짜리 매머드 공연을 2분40초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면서 연습에 연습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노래 한 곡을 만드는데 6개월 공을 들인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꿈의 고갈’에 대해 얘기를 했다. “꿈이 고갈돼 가는 것을 느끼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꿈을 찾아 외국으로 혼자서 떠났다. 혼자서 지구 5바퀴즘 돌아다녔다”고 했다. 몇 년 전 언론 인터뷰에선 이런 말도 했다.-“여행지는 대부분 오지였다. 공기가 맑으니 별이나 달도 밝아 그 뒤에 숨은 꿈도 잘 보였다.”-세상이 혼탁하면 꿈도 고갈된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될 법하다.

나훈아의 이번 ‘꿈 팔이 공연’은 한가위 연휴에 걸맞게 푸짐했다. 그는 29곡을 담은 ‘꿈 보따리’를 쉴 새 없이 선물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꿈을 거론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길 만큼 각박한 현실에서 꿈다운 꿈을 만났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같다.

“정치인이야말로 꿈을 팔아야…사생결단식 다툼으로 허송세월”

‘꿈의 고갈’ ‘꿈의 실종’ 현상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한창 꿈을 향해 질주해야 할 젊은이들 사이에 심각하다.

최근만 하더라도 대학생 및 대학원생 4000명 대상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취직을 못하는, 졸업 후 백수 신세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치솟는 집값에 질려 내 집 갖기 꿈을 포기한 직장인들이 태반이다. 소득양극화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심화로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폐쇄 상태나 다름없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무용담은 아득한 먼 옛날 얘기다. 이른바 ‘가붕개’, 가재, 붕어, 개구리로도 살기 어렵다고 젊은이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런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이야 오죽 하겠는가.

나훈아는 ‘위정자’를 콕 집어 겨냥했다. “국민의 힘이 있으면 위정자는 생길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위정자의 위는 ‘할 위(爲)’가 아닌 ‘거짓 위(僞)’로 해석해야 할 듯 싶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적 메시지다.

정치인의 역할의 무엇인가. 정치인이야말로 꿈을 파는 사람이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꿈을 키우고 꿈을 이루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꿈꾸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며 인간스러움의 본능적 현상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판은 야생처럼 거칠고 험악하다. 서로 물고 뜯으며 사생결단식 다툼으로 허송세월하기 일쑤다.

나훈아의 꿈은 위로와 격려는 될 수 있을지언정 ‘꿈의 실종’에 대한 근본적 처방은 아니다.

우리에게 꿈은 있기나 했던 걸까. 그 꿈은 어디로 간 것일까. 꿈을 꿀 수나 있게 될까.

답답하면 이렇게 외쳐보면 어떨까.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내 꿈 좀 찾아줘.”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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