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친일파'?...소설가 조정래 주장 동의할 수 없다
'일본 유학=친일파'?...소설가 조정래 주장 동의할 수 없다
  • 오풍연
  • 승인 2020.10.13 09:40
  • 댓글 1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는 똑바로 보아야 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있어야...상식을 바탕으로 해야

[오풍연 칼럼] 소설가 조정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태백산맥은 지금껏 읽은 소설 중 최고다.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그는 태백산맥 말고도 대하소설 아리랑과 한강을 탄생시켰다. 무려 1550만부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갖고 있다. 셋다 한국 소설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존경도 많이 받았다. 아니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도 있다.

그런 분이 12일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했다. 정말 뜻밖이었다.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랬다. 작심하고 했다는 뜻이다. 친일을 질타한다고 그런 것 같은데 나가도 너무 나갔다. 조정래가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정래가 친일에 대해 극도로 반감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거듭 확인하면서 더 강한 톤으로 나무랐다.

그는 "반민특위는 민족정기를 위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서 150만 정도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을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면서 "일본의 죄악에 대해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을 징벌하는 법 제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법으로 그런 자들은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일본과 일본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식인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사생결단을 하자고 얘기하는 듯 하다. 마치 전쟁이라도 선포하는 것 같다. 21세기에 이 같은 주장을 펴다니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을 증오해서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될까. 원수와도 손잡는 세상이다. 일본과도 함께 가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한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DJ도 일본이 이뻐서 그랬을 리 없다. 이웃과는 미우나 고우나 함께 가는 것이 맞다고 그랬을 것이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조정래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조정래처럼 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서 고립되고 만다. 신국수주의라고 할까.

조정래는 경제사학회장을 지낸 이영훈 이승만학당 이사장이 자신의 소설 속 일본 경찰의 조선인 학살 장면 등을 '왜곡과 조작'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그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영훈이란 사람이 내 책에 대해 욕하는데,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라며 "내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자료와 진보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나는 조정래도, 이영훈도 문제가 많다고 여긴다. 둘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들이다. 그런데 사관(史觀)이 잘못 됐다. 역사는 똑바로 보아야 한다. 과거 지향적이어도 안 된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상식을 바탕으로 해야 함도 물론이다. 이날 페이스북에는 조정래를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조정래 주장은 학문의 자유도 아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석영 2020-10-15 02:29:23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이영훈이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라고?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 물타기하면서 강자의 편을 들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건 역대로 사이비 지식인들이 즐겨쓰던 짓이다. 속셈을 들켜서 기분 나쁠 지 모르겠지만 거울을 들여다 보시길.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