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뚫린 의사당'...삼성전자, '국회 무단 출입' 2명 더 있었다
'뻥뚫린 의사당'...삼성전자, '국회 무단 출입' 2명 더 있었다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10.1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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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 사칭' 삼성전자, 이번엔 국회 방문증 빼돌려 무단 출입...'출입증 돌려막기' 범법 저질러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 “국회가 삼성전자의 호위무사냐?...증인 관련 정확한 사실관계 밝히라”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원들이 지난 1월 사측의 노조파괴 공작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를 사칭해서 국회를 출입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삼성전자의 또 다른 상무와 법무팀의 선임변호사도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고 규정을 어기고 국회를 드나든 사실이 확인됐다.

13일 KBS와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전자 관계자 4명이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을 찾았을 때 이들은 미리 약속을 잡거나 의원회관 입구에서 류 의원실에 가겠다고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주은기 부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하루 전, 또 다른 삼성전자 임직원 4명이 류호정 의원실을 찾았다. 이틀 뒤 국감 질의가 예정된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따로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 불쑥 4명이 한꺼번에 찾아오자 미심쩍게 여긴 류 의원실이 이들의 방문기록을 확인해봤다. 4명 중 2명은 다른 의원실에 간다며 방문증을 발급받았는데, 나머지 2명은 출입기록이 아예 없었다

이들이 어떻게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을까? 2명이 먼저 방문증을 받아 의원회관에 들어간 뒤, 미리 와 있던 또 다른 삼성 직원이 이 2명의 방문증만 받아 밖에 있던 2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령상 국회 방문증의 타인 양도는 금지돼 있다. 특히 이때는 코로나19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던 비상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사전 예약받지 않으면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데도 사전예약이 아예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삼성전자 깃발

삼성전자 직원 2명만 출입증 받은 뒤 이를 선임변호사와 상무에 전달...출입증 돌려가며 국회 방문 흔적 안 남겨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 관계자는 “사전에 연락은 없었고, 와서 하는 얘기가 국정감사 증인을 좀 바꿔달라.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었더니 (삼성전자 측이)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이들 4명 중 2명은 출입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았다.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선 이름과 목적을 밝힌 뒤, 신분증과 출입증을 맞바꿔야 하지만 이 모든 걸 건너뛴 것이다. 최근 기자를 사칭해 국회를 마음대로 드나든 상무에 이어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출입 절차 무시 사례가 또 드러난 것이다.

국회 방호담당실이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를 불러 경위 파악에 나섰다. 확인 결과, 직원 2명만 출입증을 발급받은 뒤 이걸 삼성전자 선임변호사와 상무에게 전달한 걸로 파악됐다. 출입증을 돌려써 가며 직급이 높은 이들의 국회 방문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류호정 의원은 “여기가 학교에서 식당 카드 빌려서 찍는 것도 아니고 국회를 입장하는데 방문 기록도 남기지도 않고 그렇게 들어와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명백한 절차 위반으로 관련자를 징계하겠다면서도 마감 시간이 임박해 출입증을 받을 시간이 없었다는 당사자들의 해명을 전했다.

하지만 이들이 류 의원실을 찾았던 건 당일 오전 9시 30분쯤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JTBC에 "하루 전에 방문 예약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방문하려는 의원실과 조율하면 당일에도 출입증 발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은 결국 주 부사장이 증인에서 빠진 걸 문제 삼고 나섰다. 해당 상임위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사가 증인명단 변경에 합의한 이유를 밝히라는 것이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가 삼성전자의 '호위무사'입니까. 산자중기위와 교섭단체 양당 간사는 삼성전자의 증인 신청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삼성의 기술탈취 의혹-기자 사칭 국회 출입 파문, 한국 사회 '삼성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앞서 류 의원은 지난 7일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를 사칭해 국회를 상시 출입한 것을 폭로했다. 삼성전자 임원이라는 외부인이 의원회관을 출입하려면 방문 의원실의 확인이 필요한데도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출입했고, 경위를 알아보니 정체가 불분명한 언론사 소속 기자로 등록해 출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문제가 된 임원이 사의를 표명해 수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며 “모든 위반사항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자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반 프로세스를 철저히 점검하고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류 의원이 기술탈취 의혹을 따지기 위해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증인 채택 이후 삼성전자 임원은 기자를 사칭해 “매일 같이” 찾아왔다고 한다. 결국 주은기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일이 철회되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 기술탈취 의혹의 파장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삼성이 로비를 벌였고 주은기 부사장 증인 채택 무산이라는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로비가 통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류 의원이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관례라는 이름 아래 삼성 임원이 시시때때로 찾아와 로비를 벌이고, 이미 합의됐던 증인 채택이 무산되는 ‘삼성의 국회 우롱 사태’를 모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기술탈취 의혹과 기자 사칭 국회 출입 문제는 한국 사회 삼성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내용이다.

미디어오늘은 사설에서 “삼성 앞에서 작아지는 것은 국회 뿐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라며 “사기업 임원이 버젓이 기자를 사칭한 사실 자체가 언론을 기만하는 행위인데도 전체 언론 보도를 보면 그다지 분노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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