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가영 기자] 애플이 아이폰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용 전원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이어팟)을 빼고 USB-C타입 라이트닝 케이블만 제공한다.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데, 가격은 오히려 인상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리사 잭슨 애플 환경·정책·사회적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은 “라이트닝 이어폰을 가진 소비자가 이미 7억 명이 넘고, 많은 사용자가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세상에는 이미 20억 개가 넘는 애플 전원 어댑터가 있다”며 구성품 축소 이유를 설명했다.
애플은 새로 출시한 아이폰12뿐만 아니라 아이폰SE·아이폰11 시리즈 등 구형 모델 기본 구성품에서도 충전용 어댑터와 이어폰을 빼기로 했다.
하지만 애플 사용자 카페와 SNS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충전기 보유자가 많다는 이유로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뺐다지만, 충전기 대부분은 새로 제공하는 케이블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2년 혹은 그 이전에 아이폰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사용하던 충전기는 대부분 USB-A 타입을 지원하는 어댑터다.
새로 제공되는 충전 케이블을 이용하려면 아이폰11 프로를 제외한 나머지 기종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USB-C 타입을 지원하는 충전용 어댑터를 별도로 사거나 구형 케이블을 이용해야 한다.
한 이용자는 "USB C타입 라이트닝 케이블과 함께 사용할 어댑터는 작년에 나온 아이폰11 프로 한 번밖에 없었는데 이번 아이폰12에서 어댑터가 빠져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번 조치로 상당한 추가 이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성품이 제외됐지만, 일부 아이폰 모델의 가격은 올랐기 때문이다.
충전용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 판매가에서 원가를 산출하기는 어려우나, 추정치로 단순 계산해도 구성품 축소에 따른 애플의 이윤 증가 규모는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은 현재 충전용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을 각각 2만5000원에 팔고 있다. 이에 더해 새로운 무선 충전 기기인 ‘맥세이프 충전기’도 출시해 이윤 증가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현재 맥세이프 충전기를 5만5000원, 맥세이프 전용 케이스를 5만9000원에 팔고 있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애플이 구성품에서 충전기를 제외한 것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조치이며 환경 보호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환경 운운하며 충전기를 빼면서 신형 충전기를 출시하느냐”면서 “이익을 늘리려면서 환경 보호라는 이유를 끌어들인 것으로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표준에서 벗어나는 라이트닝 단자를 버리고, 호환성이 높은 USB-C 타입으로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존 충전기와 맞지 않는 케이블을 제공해 결국 소비자는 그에 맞는 다른 제품을 사야 하고, 그를 위한 포장과 배송이 늘어 오히려 환경을 더 오염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고객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는 행태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애플의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사용자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이 많이 된 데다 케이블 규격도 통일돼 문제가 크지 않다”면서도 “애플이 그 통일규격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충전기를 빼는 것은 환경을 위해선 좋은 선택”이라며 “구성품이 빠진 만큼 패키지의 가격을 내렸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