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소설가 조정래(77)는 한국 최고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원로도 맞다. 성향은 진보적이다. 그것 역시 탓할 수는 없다. 진중권(57)은 최고의 논객으로 불린다. 그 둘이 맞붙어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논쟁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얼마든지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격모독적인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말도 그 사람의 인격이다.
조정래의 등단 50주년 기자회견 이후 터진 일들이다. 조정래는 최근 친일 인사 척결 발언을 했다. 일본 유학만 갖다 와도 친일 성향이 된다고 꼬집었다. 확대해석임은 틀림 없다. 조정래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나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을 진중권이 비판했다. 조정래의 광기(狂氣)로도 비친다고. 진중권이 다소 심한 말을 했지만, 그 또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남을 비판하면, 나도 남의 비판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이 1라운드를 벌인 뒤 조정래가 지난 14일 오후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진중권을 저격했다. 그는 “작가를 향해서 광기라고 말을 한다. 나는 대선배다.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그렇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대통령의 딸까지 끌어다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중권이 링크한 연합뉴스의 기사 대신 다른 일간지들의 보도를 예로 들며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토착왜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주어부를 분명히 설정했는데 뒷부분만 씀으로써 제가 일본 유학 갔다 오면 다 친일파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가만히 있을 진중권이 아니다. 되받아치는 데는 진중권을 능가할 자가 없다. 진중권은 15일 오전 1시쯤 재반박 글을 올렸다. “그의 말대로 ‘토착왜구’가 문장의 주어였다고 하면 괴상한 문장이 만들어진다. 일본에 가기 전에 이미 토착왜구인데 어떻게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다시 친일파가 되나.” 또 “문인이라면 문장을 제대로 써야죠. 거기에 ‘무조건 다’라는 말이 왜 필요합니까”라고도 따졌다.
조정래는 이날 오전 7시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토착왜구’라고 하는 주어부를 빼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이 문장을 그렇게 오해할 이유가 없고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신문의 의도적 왜곡 때문에 상처받거나 언짢았던 일본 유학다녀온 분들에게, 신문들을 대신해서 사과한다”면서 “(토착왜구의 친일 활동) 그말은 맞는데. 모든 일본 유학 다녀온 사람에게 덤터기 씌웠다”고 상황을 되돌아봤다.
서로 품격 있는 논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소송 운운하지 말라. 그것은 겁박에 다름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표현 및 사상의 자유가 있다. 거친 말을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인격으로 보면 된다. 그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도 한다. 또 누구를 가르치려 하지 말라. 그럼 꼰대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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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토착왜구’와 ‘친일파’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토착왜구'는 일본 미화에 앞장서는 이영훈과 같은 부류를 일컫는 말로, 평소에는 수면 아래에 잠재해 있다가 어떤 동기로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종자를 지칭한다.
그리고 '친일파'는 일본에 부역한 사실이 천하에 까발려져 누구라도 아는 수준일 때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