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 일본’, 이웃으로 살아가기(박경리와 시바 료타로)
‘야만 일본’, 이웃으로 살아가기(박경리와 시바 료타로)
  • 김충식
  • 승인 2020.10.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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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칼럼] 일본의 총리가 바뀌었으니,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 의해 한일관계가 좀 달라질까? 크게 기대하는 사람은 없는 분위기이다. 아베 정권의 계승자이니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베 시대에 한일 간의 반목과 갈등에는 중국의 굴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북한의 핵무기, 두 정상 간의 불신, 위안부 문제, 징용공 판결 등 여러 원인이 있다.

거기에다 필자는, 도덕적 원리와 보편성에 눈감아 버리는 일본, 그런 일본적 편의주의와 만풍(蠻風)을 혐오하는 한국인의 충돌이 근원에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은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불손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유순하면서도 시달림을 받으면 분개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미군의 일본 분석가였던 루스 베네딕트 여사가 『국화와 칼』에서 적어 놓은 일본인이다. 왜 그처럼 모순적이고 어지러운가?

일본의 정신적 뿌리는 야만(野蠻)

작가 박경리는 그런 일본의 정신적 뿌리를 야만으로 보고, 답을 찾았다. “일본의 역사는 칼의 역사일 뿐이고, 본질은 뼛속 깊이 야만이다. 원리적 인식이나 이론적 인식이 지독하게 빈곤하다. 『일본서기』에 나오는, 신화를 보아도, 처음부터 ‘정벌과 죽음’ 뿐이다. 한마디로 야만스러운 문화이다.” 그는 생전에, 도올 김용옥과의 대담에서 말했다. “일본인에게는 보편적인 가치나 사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문명]이 지향해온 모든 것이, 인류를 위해 매우 불행한 것일 수 있다.”라고 걱정했다.

나는 박경리의 ‘야만’론에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보다 훨씬 전에 일본의 우파 문호로 꼽히는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가 일본의 야만을 설파한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작가적 통찰력은 이다지도 통한다는 말인가!

“일본은 본래 힘에 의한 경쟁 사회다. 중국 한국 같은 유교의 문명원리에서 보면 일본 사회는 그저 야만(野蠻)일 뿐이다. 왜(倭)의 만풍(蠻風)이란 어디까지나 늠름함이며, 무사들은 그것으로 세상을 다스렸다.”, “유교(儒敎)란 인간을 하나의 원리를 가지고 옭아매어서 야만적 성격[蠻性]을 뽑아버림으로써 통치하기 쉽게 한다는 원리다. 이것을 문명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원리 원칙 없이 임시변통을 하는 왜(倭)는, 문화는 일으키되, 문명과는 거리가 멀다.”(길을 가다, 1972 아사히신문 출판)

또한 ‘힘이 정의다’라고 외치는 무사 사회 일본을 이렇게 설명한다. “‘무사의 발흥(勃興)’이라는, 일본 역사상 최대의 토착 집단의 출현이 바로, [중국에서 7세기에 수입했으나 일본에 안 맞는] 바보스러운 율령(律令) 체제를 싹둑싹둑 난도질하여 1192년, 가마쿠라 막부라고 하는 토착세력의 이익을 대표하는 체제가 성립, 일본 역사는 아시아적인 것에서 해방되었다.”

시바는 일본이 유교 원리 대신에 무사의 늠름함과 이익[利]을 다투고, 용맹[勇]을 겨루며 미(美)를 추구하는 무사도로, 비경쟁 사회인 중국 한국과 달리 일본은 경쟁 사회로 치달았고, 근대화에 성공했다고 자찬한다. 그는 아시아가 일본을 공해(公害) 같은 존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나라의 문명의 눈으로 보면, 일본 사회는 예외다. 그쪽의 눈으로 보면, 문명의 개념에 해당하지도 않는 것이 일본이 아닐까? 기저귀 한 장 달랑 차고 큰 칼 휘두르는 왜인(倭人), ‘당치 않은 놈들’일 뿐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사회의 고정을 바라는 아시아 여러 민족에겐 실로 그 자체가 아시아적 공해(公害)같은 존재이다.”

야만의 이웃을 대하는 슬기로운 방법은?

이쯤 되면 우리는 일본 도쿄에 돌아다니는 우익들의 가두선전차(街頭宣傳車)와 같은 가당찮은 우월감, 이웃 나라에 대한 혐오 발언[hate speech]을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일본이, 독일처럼 흔쾌하게 과거사에 사죄하지 않는 이유도 알게 되는 것만 같다. 1940년경 미국과 전쟁을 벌이면서 미축귀영(米畜鬼英)을 외치다가, 패전하자마자 “기브 미 쵸코렛!”을 애소(哀訴)했던 일본의 자화상, 미국 추종 외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이런 나라와 연년세세 살아가야 한다. 이사 갈 처지도 못 된다. 그러면 이런 정신적 야만의 이웃을 어떻게 대해야 슬기로운가? YS대통령 시절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별렀지만, 실패로 끝났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 김 충 식
· 가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교수, 현재 특임부총장
· 고려대 철학과 졸업
· 동아일보 사회부장 문화부장
· 동아일보 동경지사장 논설위원
·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 저서 및 논문
『남산의 부장들』, 폴리티쿠스, 2012
『목화꽃과 그 일본인』, 메디치미디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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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0-10-20 18:50:42
한나라때 동아시아에 성립된 세계종교 유교(중국,한국,베트남,몽고).유교는 하느님(天)께서 만백성 낳으심(天生蒸民).최고신인 하느님(天) 정점,하위신인 五帝,산천신,조상신,공자(성인임금 文宣王 지위) 숭배.부처는 창조주부정 Monkey.패전국 불교일본.서울대도 하느님께 영원히덤비는 Monkey.
한국사와 세계사의 연계가 옳음.한나라이후 세계종교로 동아시아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아온 유교전통.
해방후 유교국 조선.대한제국 최고대학 지위는 성균관대로 계승,제사(석전)는 성균관으로 분리.최고제사장 지위는 황사손(이원)이 승계.한국의 Royal대는 성균관대. 세계사 반영시 교황 윤허 서강대도 성대 다음 국제관습법상 학벌이 높고 좋은 예우 Royal대학.

http://blog.daum.net/macmaca/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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