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발표?”…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무뎌진 발표?”…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0.10.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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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폐쇄 타당성 판단 유보…“종합적 판단에서 감사 한계”
백운규 당시 장관인사 불이익 통보…한수원 사장 주의 요구
월성 원전 1호기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감사원은 20일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회계법인 등에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축소해 평가토록 압박해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기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감사가 경제성 분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가동 중단 결정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성 저평가를 주도한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당초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지만 재취업 등을 제한하는 인사 불이익을 주는데 그쳤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최재형 감사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감사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는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를 요구한 지 385일 만이며, 지난 2월 말 법정 감사 시한을 넘긴 지 233일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백운규 당시 장관, 경제성 평가 전에 ‘즉시 가동중단' 방침 정해”

연합뉴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2018년 4월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즉시 가동중단'시키는 방향으로 산업부의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당초 월성 1호기를 설계 수명 연장 기간 동안 계속 운영키로 공감대를 갖고 있었지만, 백 전 장관의 지시 이후 가동중단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한 업무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은 가동중단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하여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이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간부, 직원 관련 자료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 방해”

감사원은 또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 방해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산업부 B국장과 부하직원C는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하여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2019년 12월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고 전했다.

한수원은 폐쇄 과정에서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폐쇄 결정을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한수원은 2018년 4월 10일 체결된 A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용역 진행과정에서 즉시 가동중단하는 방안 및 계속 가동하는 방안 외 폐쇄시기에 대한 다른 대안(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가동하는 방안 등)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수원 사장도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하여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경제성을 제외하고 안전이나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했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원전의 계속 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 시 판매단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의 입력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결과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도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졌다는 것이다.

"한수원 조기폐쇄 의결, 업무상 배임죄 보기 어려워"

최재형 감사원장

이런 기조에서 백 전 장관 등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재취업과 포상 등을 제한토록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는 주의 요구를 했다. 

감사 과정에서 자료를 삭제하고 거짓 진술을 한 문신학 당시 원전정책국장과 부하 서기관에 대해서만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2012년 가동이 중단됐지만, 개보수에 7000억원을 투입해 설계수명을 10년 연장했다. 한수원은 당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4조원으로 분석해 수명을 연장토록 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분석은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감사원은 조기폐쇄 결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을 제외하고 안전이나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은 “보고서와 관계없이 현 탈원전 기조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절차적인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감사 결과와 관계 없이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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