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세시장의 애끊는 애환을 아는가...솔직과 최선, 결단이 정답
정부는 전세시장의 애끊는 애환을 아는가...솔직과 최선, 결단이 정답
  • 권의종
  • 승인 2020.10.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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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겪고 있는 전세 수급난 원인은 복합적...수요 있는 지역에 주택 공급 늘리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해야

[권의종 칼럼] 전세 시장이 진풍경이다. 매물 품귀와 가격 급등이 이어진다. 부동산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씨가 마른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세입자의 피가 마른다. 궁한 나머지 중개사에게 수수료 외에 ‘성공 보수’를 역제안한다. 전셋집 구경을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뽑는다. 집 비우는 대가로 '이사비'를 요구하고, 퇴거 약속 후 전세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눌러 않겠다'며 말 바꾸는 세입자가 나온다.

전·월세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는다. 전셋값 급등과 매물 실종으로 지금 사는 전세금으로는 비슷한 조건의 집을 구할 수 없다. 더 열악한 조건의 집을 찾거나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나마도 집이 없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도 불안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더 살고 싶지만 집주인이 어떻게 나올지 불안하다. 실거주를 이유로 집을 빼 달랄까 노심초사다. 전화벨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전세매물의 품귀가 일상화되면서 집주인의 갑질까지 고개를 든다. 절박한 세입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양심 없는 임대인이 눈에 띈다. 세입자의 인적 사항, 가족 수와 직업, 성격 등을 확인하며 원하는 사람을 뽑아 계약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계약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얼토당토않은 특약을 써넣은 동의 각서까지 등장한다.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으면 위약금’ ‘집에 곰팡이 생기면 손해 배상’ ‘비단 벽지가 들뜨면 원상회복’ 등을 명기해 들이댄다. 부당 행위인 줄 알지만 다른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계약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울며 겨자 먹기가 없다. 집 좀 있다고 부리는 위세가 당당하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전세시장 진풍경...'나갈 수 없는' 세입자나 '나가 달라'는 집주인의 입장이 모두 딱하긴 마찬가지

'나갈 수 없는' 세입자나 '나가 달라'는 집주인의 입장이 딱하긴 매한가지다. 임대인이라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양도소득세 절감 등을 위해 세주었던 자기 집에 들어가 살려 해도 마음대로 안 된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며 못 가겠다고 버티면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집주인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지라 세입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혼선에도 정책의 실패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전세난의 원인이 ‘저금리’ 때문이라며 7장에 달하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전세 시장은 불안한 상황이 아니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저금리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라 설명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조기 종식이 어렵고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임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전세난이 계속될 거라는 얘기가 된다.

부동산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도 제각각이다. 집권 여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만 해도 시각차가 현격하다. 상반된 이견을 보인다. 이 대표는 “예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지사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맞다”면서 “다만, 물샐 틈 없게 조금 더 완벽하게 강하게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이럴진대 무슨 제대로 된 개선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집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세입자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위로도 안 되는 공허한 주장일 따름이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 얘기처럼 던지는 한담(閑談)에 부아만 난다. 당장 필요한 것은 원론적 의견이 아니라 구체적 해결책이다. 부동산 정책의 차별화를 내세워 대선 레이스를 본격화하려 한다는 괜한 오해나 살성싶다.

"부동산 급등은 공급 부진-통화량 급증-임대사업자 폐지 등이 원인"...'집맥 경화’ 현상 완화해야

전세 시장에 수급난을 초래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정부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듯하다. 일부 원인을 전체인양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성과에 조급하다 보니 전세 시장 상황을 단순 도식화한다는 인상을 준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현실을 주택 당국만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건지. 속내를 알 수 없다.

생각하는 게 국민 만도 못하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피해를 본 경제부총리에게 시세보다 싼 전세를 주겠다며 청원 글을 올린 이의 진단이 차라리 명쾌하다. “지금의 부동산 급등 문제는 홍남기 부총리께서 추진한 입대차 3법 실책 뿐만 아니라 서울 아파트의 지속적인 공급 부족과 3기 신도시의 느린 진행, 돈 뿌리기에 따른 시중 통화량 급상승, 임대사업자 폐지, 준비 안 된 분양가상한제 실시 등 다양한 문제가 겹쳐 나타난 현상이다.”

작금의 전세난은 ’거래 경색‘이 전세 ‘매물 부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을 매매하거나 세입자를 구하는 게 일반적일 정도로 매매시장과 전세 시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특성이 있다. 거주요건 강화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세입자도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세입자를 내보내는 연쇄적 과정이 원활치 못해 매물 출시가 늦어지는 측면이 크다.

매물의 흐름을 막는 ‘집맥 경화’를 서둘러 완화하는 한편, 수요가 있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방책일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모든 국민이 이해관계자이고 파급 효과가 큰 부동산 정책은 더더욱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솔직하게 보고 듣고 최선의 해법을 찾아 과감히 실행에 옳기는 게 바르고 빠른 길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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