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가짜 기자증’ 사건, 삼성은 왜 주은기를 한사코 국감증인서 빼려고 했을까?
의사당 ‘가짜 기자증’ 사건, 삼성은 왜 주은기를 한사코 국감증인서 빼려고 했을까?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10.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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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출입기자증 활용 ‘무단 출입’한 삼성전자 전 간부 고발...법조계 "이재용 두건의 대형 재판에도 '악영향'" 전망
지난 해 전경련 회의에 참석한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최영준 기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임원이 국회 출입기자 등록증을 도용해 의원회관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로비를 해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국회 사무처가 기자출입증을 이용해 국회를 무단으로 드나든 삼성전자 전 간부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 출입기자증을 활용해 대관 업무를 한 삼성전자 전 간부 이아무개씨를 공무집행방해·공문서부정행사·건조물침입 혐의로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으며 이같은 행위에 대해 삼성전자 쪽의 지시·교사나 묵인·방조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며 수사의뢰했다.

이어 이씨의 출입기자 등록을 즉시 취소하고 이후 1년 동안 출입기자 등록 신청을 제한하는 제재 처분을 결정했다. 또 이씨와 같은 언론사 소속 출입기자인 다른 1명의 등록도 취소했으며, 이후 1년 동안 해당 언론사 소속기자의 출입기자 등록 신청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회 사무처 조사 결과 해당 언론사는 이씨 개인이 운영했으며 현재 누리집이 폐쇄된 상황이다.

또 국회 사무처는 부정행위 재발을 막기 위해 ‘국회 언론환경개선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출입등록 신청 때 언론사의 공공성과 신청 기자의 상주 취재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등록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국회 사무처는 삼성전자 쪽에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소속 임직원이 해당 기업의 정보수집과 민원 활동을 위해 출입기자증을 부정하게 활용한 것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재발방지와 철저한 점검,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문제 등 두건의 대형 재판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는 왜 이렇게 상식을 초월하는 파문을 일으킨 것일까.

서울 여의도 국회주변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자에서 국회 출입기자를 사칭하면서까지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막으려고 하다가 국회사무처로부터 고발을 당해도 되는 것인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는 반응들이 많다.

이번 사건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7일 “삼성전자 임원이 언론사 기자 출입증을 가지고 매일 의원실에 찾아왔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류 의원은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삼성전자 부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터였다. 외부인이 의원회관을 방문하려면 해당 의원실의 확인이 필요하다.

류호정 의원 "삼성, 주은기 부사장을 국감서 빼려고 한 것은 스마트폰 액정에 기포 없이 보호필름을 붙일 수 있는 중소기업의 특허 기술을 탈취, 다른 협력업체에 빼돌렸다는 폭로가 나온 때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이달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도 이 임원은 확인 절차 없이 수시로 찾아왔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류 의원이 출입 경위를 알아보니 출입기자증을 갖고 국회를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임원은 2016년에 한 언론사 기자 자격으로 출입기자증을 발급받았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는 이 언론사가 ‘유령 언론사’인지 아니면 정상적 절차를 거쳐 설립된 언론사의 기자증을 이 임원이 악용한 것인지를 확인해 왔다.

정의당은 “삼성전자의 국회 우롱 사건”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국회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삼성전자 간부가 국회 출입기자증 발급제도를 악용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진상 규명에 따라 필요한 경우 법적 조처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증인채택에서 빼려고 했던 사람은 주은기(58) 부사장 (상생협력 센터장)이다. 그는 1962년생으로 △한양대 법학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MBA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감사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감사팀 △삼성전자 감사팀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가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우고 싶지 않았던 '높은 분'은 바로 주 부사장이다. 그를 국감 증인에 세우지 않게 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위법과 변칙으로 동원된 것이다, 류호정 의원은 "국회로 무리하게 사람을 보내는 데 기자출입증이 필요했다면, 교섭단체 간사를 어르고 달래는 데는 무엇이 필요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제게 삼성전자의 기술 탈취 의혹을 국회에서 밝혀달라고 했던 중소기업은 삼성전자를 상대로는 법적인 분쟁 상태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면서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에, 절박한 심정으로 저를 찾아왔다고 했다. 우리 국회는 누구를 대변하고 있나? 아니, 우리 국회는 '누구만' 대변하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류 의원은 "낡은 것에 물들지 않겠다"라며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기술 탈취 의혹을 명확히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기를 쓰면서 주 부사장을 국정감사에서 빼내려고 한 것은 그들이 스마트폰 액정에 기포 없이 보호필름을 붙일 수 있는 중소기업의 특허 기술을 탈취해 다른 협력업체에 빼돌렸다는 폭로가 나와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대상으로 한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해당 기술을 개발했지만 삼성전자로부터 기술탈취 당했다는 A씨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A씨는 해당 녹취록에서 "삼성전자는 기술개발이 완료된 2018년 8월부터 저희에게 부착장치 도면을 수시로 요구했고, 기술을 다른 하청업체에 무상으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며 "저희가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자 저희 기술을 다른 하청업체에 빼돌려 일부 부품에 대해 그대로 카피해 만들게 한 후 저희가 납품하던 물량을 끊고, (다른) 하청업체(B사)의 카피 제품을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매출의 전부를 삼성전자에 의존했던 저희는 폐업 위기에 처했다"며 "오늘도 삼성은 저희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만들고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지만 그 기술을 발명한 저희들은 하루하루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법조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지난 5월 경영승계와 관련해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준법경영 다짐했으나 '물거품' 된 셈...사실상 ‘이재용의 ‘식언(食言)’이나 다름없다" 비난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허리를 90도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 의원은 A씨가 삼성전자와 다른 협력업체에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획팀 소속 이종민 상무에게 "발명권자의 주장이 맞나"라고 따져 물었다.  

당초 류 의원은 삼성전자 주은기 부사장(상생협력센터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여야 교섭단체 합의 과정에서 주 부사장 대신 이 상무가 자진 출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국회 주변에서는 또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 실태를 고려할 때, 이런 일이 비단 국회에서만 벌어지진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면서 국회 뿐 만이 아니라 정부부처 등 다른 공공기관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문제는 삼성의 로비가 작용한 탓인지 삼성전자 부사장의 국감 증인 출석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류호정 의원은 “거대 양당 간사 협의를 통해 부사장은 빠지고 대신 직급 낮은 상무가 출석하는 것으로 조율이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원이 류 의원만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증인이 바뀌게 된 경위를 소상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임원이 사의를 표명했고 회사가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주변에서는 이번 일은 사과와 사표로 끝날 일이 아니며, 고발에 따른 조사 결과가 나오면 삼성이 당연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편이다.

삼성은 지난 5월 재구속 여부가 쟁점이 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준법경영을 다짐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의 대관업무가 유지돼 왔다는 사실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됨에 따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구축된 대관조직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경영승계와 관련해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한 것이 물거품이 된 셈”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양대 재판에서 재판부에게는 이번 일이 사실상 ‘이재용의 식언(食言)’이나 다름이 없는 꼴로 비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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