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바른말하는 원로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현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바른말을 하면 반대 진영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탓도 있다. 한 두 번 당해보면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했다. 심지어 가족까지 위협을 당하기도 한단다. 그러니 누가 쓴소리를 하려고 하겠는가.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도 한다. 원로를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권 인사 가운데는 존경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JP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여야 인사 중 존경받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나보고 꼽아보라고 해도 못 찾겠다. 이것은 슬픈 일이다. 그나마 한 사람 정도 꼽으라면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을 꼽고 싶다. 그는 원조 친노(노무현)로 보기 드물게 바른말을 한다. 그다지 눈치도 안 본다. 옳으면 옳다, 싫으면 싫다고 한다. 지극히 정상인데 그런 분이 드물어 돋보인다고 할까.
이번 추미애-윤석열 사태에 대해서도 그랬다. 둘다 문제가 많지만 더 나쁜 사람을 꼽으라면 추미애라고 했다. 사실 이 같은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여권에는 뼈아픈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인태는 거침 없이 그것을 지적했다. 원로라면 이래야 된다. 잘못한 것은 따끔히 지적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린다.
유인태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27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윤 총장이 많이 선을 넘었다. 의원의 질의 중간에 끼어드는 등 여야없이 지적을 받아야 했을 태도와 내용이었다고 본다"면서도 “추 장관이 더 부적절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인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윤석열도 지적받아 마땅하지만, 추미애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덜 욕을 먹었다고 본다.
둘의 사태는 떼어놓고 보면 안 된다. 같이 볼 필요가 있다. 각각 원인제공자로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추미애는 정말 뻔뻔했다. 얼굴 두껍기로는 조국을 능가했다. 대한민국 법무장관들이 그랬다.
유인태는 “과거에는 피감기관장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여야 없이 같이 나무랐다”면서 “하지만 추 장관이 훨씬 심한 정도의 태도를 보였을 때 민주당은 아무 소리 없이 감쌌다”고 말했다. 이어 “이쪽(민주당)이 전과가 있기 때문에 (윤 총장의 태도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한 맺힌 피해자의 울분을 토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 그렇더라”고도 했다.
유인태가 내놓은 해법 역시 나와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을 꺼냈다. 그것 또한 상식이다. 그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국민이 피곤하다”면서 “처음에는 권력자끼리 싸우는 걸 흥미진진하게 봤을 텐데 너무 오래 끄니까 피곤해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일단 관망 모드다.
유인태 같은 원로가 더 나와야 한다. 특히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참지 말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맑아진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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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