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가영 기자] "엄마, 나 지금 휴대전화를 떨어뜨려서 먹통이 됐어. 혹시 잔액 여유 돼? 며칠 전 급한 사정으로 아는 선배에게 빌린 돈이 있는데 휴대전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 못 보내주고 있어. 저녁에 줄게 (먼저 돈을) 넣어줄 수 있어?"
문자 또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으로 속여 자금 이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메신저 피싱 피해 건수와 금액은 각각 6799건, 39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의 5931건, 237억원에 비하면 각각 14.6%, 25.3% 증가한 셈이다.
메신저 피싱의 주된 통로는 카카오톡으로, 전체 메신저 피싱 중 카카오톡을 통한 피해 비중은 2018년 81.7%, 지난해 90.2%였으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85.6%에 달했다.
또한 최근에는 문자(SMS)를 통해 자녀를 사칭해 개인정보나 신용정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피해자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메신저 피싱은 매년 4분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당부다.
메신저 피싱 사기범은 대부분 문자 또는 메신저로 딸이나 아들, 또는 직장동료 등을 사칭해 소액 결제나 회원 인증을 위해 급하게 도움이 필요하다며 접근했다. 휴대전화 고장을 이유로 통화는 어렵다며 전화 확인을 피했다.
또한, 탈취한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해 피해자 명의 비대면 계좌 개설을 하고 대출을 받는 식으로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금감원은 "가족 등 지인이 문자나 메신저로 금전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반드시 통화 등 방법으로 확인해야 한다"면서 "결제나 인증이 진행되지 않는다며 피해자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할 수도 있어 출처가 불분명한 앱 설치를 요구받을 때는 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피해를 봤다면 송금 또는 입금 금융회사 콜센터나 금감원 콜센터에 전화해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이나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