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현대상선 차등감자로 책임경영 실천사례 본받아야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관리종목 지정위기를 피하기 위해 균등 무상감자에 나서자,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물론 소액주주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왜 다른 주주들이 균등하게 떠안아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전날 코로나19로 인한 실적악화에 따른 결손보전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모든 주식을 3:1 비율로 무상감자한다고 공시했다. 액면가액 5000원의 기명식 보통주식 3주를 동일 액면금액의 보통주식 1주의 비율로 병합한다.
자본금은 1조1161억원에서 3720억원으로 감소한다. 발행주식 총수는 2억2320만주에서 7441만주가 된다.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은 6868만주에서 2289만주, 박 전 회장은 1만주에서 3333주, 금호석유화학은 2459만주에서 819만주가 된다. 기타 소액주주는 1억2994만여주에서 4331만여주로 준다.
감자 기준일은 12월28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15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56.3%이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순손실이 6333억원으로 커진데다, 부채도 12조8405억원까지 불어나며 현금이 말라버렸다. 추가 자본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관리종목 지정이나 신용등급 하락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자를 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차등감자가 아닌 균등감자를 추진한다. 대주주 지분은 매각결정과 동시에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됐고, 2019년 4월 매각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KDB산업은행 주도의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2조4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고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손자회사인 금호리조트 등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은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3조30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같은 균등감자에 대해 11.02%의 지분을 보유한 금호석유화학과 기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재무건전성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대주주 지분에 대해 차등감자를 해야지, 왜 모든 주주의 주식에 대해 균등감자를 하냐고 비판한다.
감자란 부실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 자본금을 줄이고, 그만큼 기업 누적결손금을 상쇄하는 회계작업을 말한다.
앞서 감자를 검토할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수조원의 세금이 투입됨에 따라 경영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지분을 완전히 소각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감자를 단행해도 균등이 아닌 차등방식을 택해 박 전회장의 지분을 완전히 소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균등감자를 결정하면서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이에 금호석유화학 및 기타 주주들은 대주주의 솔선수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례로 지난 2016년 현대상선은 당시 대주주였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대 1 차등감자를 결정,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여줬다. 현 회장의 지분율은 20.93%에서 3.64%로 떨어지며 대주주가 산은 등 채권단으로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 대주주가 부실책임 차원에서 차등감자, 사재출연 등으로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여줬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수년간 재무건전성 위기를 겪어왔는데 이에 대해 대주주가 책임지지 않고 다른 주주들에게 책임을 떠안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감자 승부수를 던진 아시아나항공이 회생의 나래를 다시 펼지 재계의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