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4대 그룹 총수들이 홀수달에 정례회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에 이어 2개월만에 또 회동하면서 정부의 '녹실회의'를 연상시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50), 최태원 SK그룹 회장(60), 구광모 LG그룹 회장(48)이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진구 워커힐의 고급맨션인 애스톤하우스에서 만나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은 '맏형'인 최태원 회장이 자신의 계열사 소유이자 인적이 뜸한 이곳에서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서 총수들은 최근 별세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을 치른 이재용 부회장을 위로하고,이 부회장은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26일 주요그룹 총수중 가장 먼저 조문하는 등 4대 그룹 총수 모두가 빈소를 찾아 이 부회장을 포함한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달 14일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칭찬을 받은 덕담 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날 모임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향후 배터리와 자동차 등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음달 환갑을 맞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내년 1월 맡아 경제단체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는 방안 등이 화두에 올랐을 것으로 재계는 관측한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인문가치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사회가 기업과 기업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이 상의 회장직 수락을 염두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 회장들과 달리 젊은 총수들은 서로 개인적으로 교류를 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며 "이들간 비공개 회동이 사실상 정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이후 전경련의 역할이 약해지고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이들의 정례모임이 재계의 '녹실회의'(정부의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장관회의)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 때문에 연배나 남다른 경영수완을 발휘하는 최태원 회장의 '형님 리더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