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香萬里' 정의선...대통령,이동국 만나며 '뉴리더' 각인
'人香萬里' 정의선...대통령,이동국 만나며 '뉴리더' 각인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0.11.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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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체질개선에 속도…수소 생태계 구현 주력
재계 총수들과 회동·노조 지부장 오찬 등 소통강화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소차를 설명하는 정의선 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50)이 14일 취임 한달을 맞으며 특유의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행보를 보여 앞날이 주목된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10월14일 명실상부한 재계 2위 그룹의 수장이 된 정 회장은 한달 동안 대통령과 총리, 재계 총수들은 물론 노조 지부장, 프로축구 선수 이동국까지 만나며 마당발을 과시했다.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혁신하기 위한 뉴 리더십을 다져가고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취임후 첫 공식 일정인 10월15일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을 시작으로 울산, 전주 등을 방문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 등을 폭넓게 만났다.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한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데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지난 10일 현대차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1조원대에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정 회장의 취임후 첫 '빅딜'작품이 된다.

정 회장이 향후 그룹의 핵심사업 분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함께 로보틱스 사업을 언급한 만큼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9월말 신설한 미래 모빌리티 개발전담 조직인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분야의 선도기업인 엔비디아와 커넥티드카 시스템 개발을 위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의선 회장

정 회장은 수소 생태계 구현에도 주력하고 있다.정 회장은 수소경제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좀 더 경쟁력 있게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움직여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그린 뉴딜'을 강조하며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직접 찾아 "2022년을 미래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아 미래차 보급에 속도를 내겠다"며 "2025년까지 전기차,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에 20조원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차 홍보모델'을 자임하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관용차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채택했고, 정 총리는 최근 넥쏘를 타고 출근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행정부와 협력해 전기차와 수소차의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재벌 총수들과 '녹실회의' 경쟁·견제보다 협력으로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주요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어 28일 열린 비공개 영결식에도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로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두 '젊은 총수'의 교류가 가속화하며 삼성과 현대차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선대회장 시절과 달리 발전적인 협력관계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9월초에 이어 2개월만인 지난 5일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서울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비공개 만찬을 함께 했다. 이른바 4~5대그룹 회장 저녁모임이 격월로 정례화되며 '재계 녹실회의'로 발전해가는 양상이다. 재계 총수의 회동은 지난해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당시 삼성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열린 차담회를 비롯해 'K배터리 회동' 등으로 이어졌다.

올해초 정부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4대 그룹 총수

이같은 협력 무드와 더불어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총수로는 19년만이자 회장 취임 보름만에 노조 지부장과 만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 방문행사가 끝난 뒤 이상수 현대차 지부장과 오찬을 하고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고 당부했다.

고 정주영 '왕회장'과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혈통을 이어받아 현장을 중시하고 소탈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평소 인재를 중시하는 정 회장의 소신도 취임 한달간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창조책임자(CCO)를 신설하고, 담당임원에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재영입했다.

정의선 회장에게 사인볼 건낸 이동국

그런가 하면 지난 1일에는 구단주로 있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상징적인 선수인 이동국의 은퇴 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이동국에게 자동차와 감사패를 전달하고 포옹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화훼농가를 돕는 릴레이 캠페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동참해 다음 주자로 이동국을 지명하는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품질개선,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도 산적

정 회장 앞에 꽃길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가운데, 코나 전기차의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며 대규모 글로벌 리콜을 진행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특히 아직 코나 전기차의 화재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데다, 리콜 이후에도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끊이지 않아 품질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다.

충전중 불이 난 코나 전기차

정 회장이 강조한 '완벽한 품질을 통한 고객 행복 추구'를 위해 3분기 실적에 현대차 2조1352억원, 기아차 1조2592억원의 품질비용을 세타2 GDi 엔진 리콜관련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시장에서는 "3분기 호실적으로 빅배스(Big Bath·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의 당위성이 확인됐다"(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는 반응을 내놨다. 현대·기아차는 조만간 품질문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로 했다.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을 놓고 기존 중고차 업계가 반발하는 만큼 이들을 달래고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정 회장 취임직후 "(중고차 업계와) 상생안을 도출하기 위해 (정의선 회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해 조만간 중기부와의 논의 등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18년 당시 추진하다 실패했던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정 회장에게 남은 중요한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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