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피해자들에게 외부 발설 않겠다는 ‘비밀 서약’ 받아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명품 브랜드인 샤넬의 한국 지사 간부가 10년 넘게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여성은 12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해당 간부는 그대로 둔 채 피해 여성들에게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비밀 서약’을 쓰게 하는 등 파문 확산을 막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S는 23일 샤넬코리아에서 전국 백화점 매장 영업을 총괄하는 40대 간부 A씨는 10여년 전부터 백화점의 샤넬 매장에서 근무하는 여직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저질러왔다고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서울의 한 샤넬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 B씨는 입사 초기 A씨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B씨는 처음에는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대응도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과 같은 피해 여직원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B씨는 “잠깐 포옹하고 마는 게 아니라 가슴을 완전히 밀착시킨다든가, 꽉 껴안았다”면서 “어디까지 주무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겨드랑이 이런 부분까지 다 주물렀다”고 전했다.
B씨는 “자기 가슴까지 만져보도록 시켰다”면서 “뿌리치면 찍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직원들은 지난 9월 노동조합에 A씨의 비위를 제보했고, 노조 조사 결과 피해자만 최소 12명, 피해 기간은 10년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달 A씨를 징계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다른 데서 말하지 않겠다는 ‘비밀 서약’을 쓰게 하는 등 성추행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만 막으려 했다고 노조는 비난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성추행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비밀 서약’을 쓰게 했다”면서 “게다가 가해자로 알려진 A 씨가 현재 별다른 조치 없이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샤넬코리아는 이에 대해 “관계 법령과 사내 규정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면서 “비밀서약서를 받은 것은 일반적인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성실하게 조사에 응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