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후폭풍'...강남아파트 매물 나오고 값 떨어질까
'종부세 후폭풍'...강남아파트 매물 나오고 값 떨어질까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0.11.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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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2배 안팎으로 뛴 종부세에 일부 보유자 매도 고민
강남3구 매물 두달새 20% 늘어…집값 1억원 떨어진 단지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올해 급등한 공시가격을 적용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24일 배달되면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아파트 보유자들이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에 지난해의 2배에 육박하는 종부세가 부과되자, 세금 부담을 느낀 보유자 일부가 충격과 함께 매도나 증여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매수-매도자 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한 양상이다. 하지만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전고점 대비 수천만원 값을 낮춘 매물도 나오는 상황에서  '종부세 폭탄' 후폭풍이 더해져 매매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부세 폭탄세례'...일부 보유자 아파트 매도 고민

이날 주요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국세청이 고지한 종부세 내역을 확인한 회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은 올해 종부세가 전년의 2배 안팎으로 크게 올라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충격과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보유자라는 A씨는 "올해 종부세가 368만원 나왔는데, 전년보다 딱 2배 더 나온 것"이라며 "종부세 폭탄이라는 말이 현실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썼다. B씨는 "전년에 30만원 냈던 종부세가 올해는 110만원으로 3.5배 올랐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올해 새로 납부대상이 된 가구가 2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올해 26만2000원의 종부세가 고지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도 올해 처음 종부세 납부대상이 되면서 10만1000원이 고지됐다.

고가 아파트의 종부세 부담은 더 커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실시한 종부세 시뮬레이션 사례를 보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보유자의 경우 지난해 종부세가 191만1000원에서 올해 349만70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는 앞으로 '종부세 폭탄'을 우려했던 A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아파트의 내년 종부세 예상액은 713만7000원으로 올해보다 2배 넘게 오르고, 후년은 1010만7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보유자의 종부세 부담은 지난해 402만5000원에서 올해 694만4000원으로, 내년은 1237만3000원으로, 후년에는 2133만4000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84.5㎡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를 소유한 2주택자의 종부세 부과액은 올해 1857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2.7배나 오른다. 종부세에 재산세 등을 더한 보유세는 올해 총 2967만원에서 내년에는 6811만원으로 2.3배 뛴다.

C씨는 "올해 종부세가 1120만원 나왔는데, 내년엔 3000만원까지 오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이제 매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거래절벽'속 매물 쌓여…강남3구 매물 두달새 20% 급증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8월이후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는 6월 1만5613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6·17대책과 7·10대책 등의 영향으로 7월 1만643건으로 줄었고, 8월에는 4983건으로 급감했다. 9월 3771건으로 더 감소한 거래량은 지난달 4021건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두달 넘게 아파트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영업이 힘들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거래절벽' 속에 강남권 아파트 매물은 조금씩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매매)은 4만4622건으로, 두달 전 3만9785건과 비교해 12.1% 늘었다.

이는 전국 시·도 가운데 세종시 다음으로 매물 증가폭이 큰 것이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매물 증가량이 서울 전체 구 가운데 1∼3위를 차지했다. 서초구가 같은 기간 아파트 매물이 3367건에서 4292건으로 27.4% 증가해 서울에서 매물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강남구가 20.5%(3557건→4289건), 송파구가 20.1%(2421건→2908건)로 뒤를 이었다.

압구정동 H공인 대표는 "똘똘한 한채는 잡고 있어야 한다며 강남 아파트를 꽉 붙잡고 있지만, 다주택자 등 일부에게는 세금 중과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도 현실"이라며 "종부세 통지서가 나갔으니 매도 시점을 고민하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서 수천만∼1억원 내린 단지 많아…"대기수요 풍부해 가격 떠받칠 것"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실거래 정보를 분석해보면 신고가 거래도 여전히 눈에 띄지만, 전고점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상 가격이 내린 거래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강남구 역삼동 e편한세상 84.99㎡는 지난달 7일 24억9000만원(13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이달 15일 24억3000만원(8층)에 매매되며 한달새 6000만원 내렸다. 해당 평형은 인터넷 부동산 포털에 물건이 2건 올라와 있으며 집주인은 각각 24억5000만원과 26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역삼동 E공인 대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며 "하지만 급매가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고, 집주인이 호가를 크게 낮추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83.21㎡도 지난달 17일 23억원(9층)에 매매되며 신고가 기록을 세운 뒤, 이달 2일 22억1000만원(14층)에 팔려 보름사이 9000만원 내린 값에 거래됐다.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모습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모습

압구정동 신현대11차 183.41㎡의 경우 지난달 24일 46억4000만원(13층) 신고가로 거래된 뒤, 이달 4일 42억원(2층)에 매매돼 저층(2층) 거래라는 점을 고려해도 열흘새 3억6000만원이 내렸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83.6㎡는 8월 24억원(20층)에 신고가 매매후, 지난달 21일 23억5000만원(17층)에 계약서를 썼다. 이어 이달 4일에는 22억3500만원(6층)에 팔려 1억1500만원 더 내려갔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5㎡도 지난달 30일 36억6000만원(13층)에 신고가 거래후, 이달 5일 34억5000만원(20층)에 계약서를 써 일주일 만에 2억1000만원이 내렸다. 현재 해당 평형 저층은 30억원에 급매가 1건 나와 있다. 해당 물건에는 '12월내 잔금 납부시 가격조정 가능' '전세 17억원 안고 또는 명도 가능'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세금 걱정을 하는 집주인 중에 매도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데, 급매가 아니면 대체로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 세 부담에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분들이 늘어나면 가격도 일정부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올해 연말보다는 내년 6월 조정대상지역내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내년 상반기 안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려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압구정동 C공인 대표는 "강남 쪽은 아이들 교육 등 문제로 항상 대기수요가 있기 때문에 물건이 어느 정도 풀린다고 해서 가격이 바로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강남 집값은 대기수요가 떨어진 가격을 바로 받쳐주면서 지탱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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