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에 등장한 국정원 보고서…특검, ‘적극적 뇌물’ 증거로 제시
이재용 재판에 등장한 국정원 보고서…특검, ‘적극적 뇌물’ 증거로 제시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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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이 챙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가능했다”
“대통령과 삼성 오너는 대응 관계”…“이재용 집행유예 안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5년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근거로 이 부회장의 행위는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뇌물공여였다고 강조하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해 주목됐다.

특히 과거 재벌들에게 적용한 이른바 ‘3·5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이 부회장에게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 측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이 사건이 요구형 뇌물은 맞지만,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처럼 적극적 뇌물공여임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극적 뇌물공여를 입증하기 위한 차원에서 서증조사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당시 삼성의 현안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직접 챙겼다는 증거로 2015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과 경제수석에게 전달된 문건을 제시했다.

국정원 보고서, “투자자 반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산 가능성”

특검에 따르면 문건은 그 해 7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총이 열리기 전에 작성된 것으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담고 있었다. 

문건은 ‘(합병을 위해) 지분 87%가 필요한데 확보된 지분은 19.95%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동의 받아야한다’ ‘블랙록, 메이슨 등 외국계 대주주들은 냉소적이다’ ‘평소 주주를 무시하다 제일모직 중심의 이재용 부회장 지배구조 확립에 급급'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검은 “보고서가 작성된 것은 그 해 6월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결권 행사에 대해 챙겨보라고 한 시점 직후”라면서 “문건은 국정원 정보를 증거를  수집해서 작성하는 부서인 종합분석국에서 작성됐다”고 밝혔다. 그 만큼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통과 주주총회 12일 후인 7월 29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 제시된 메모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메모엔 ’일전에 삼성물산과 제익모직 합병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하는데 면밀히 점검해 필요시 적절한 대응 방안 강구 할 것 (경제수석)'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특검은 “이 같은 증거들은 (박 전 대통령이) 6월 말경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사항을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에 그친 게 아니라 나중에도 추가 지시가 이뤄졌다는 것을 강하게 추단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즉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챙겨줬고, 이익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이와 함께 “삼성 측에서 장충기 사장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에게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위원인 박모씨에 대해 물어봤고, 이 후 장 사장이 직접 박 위원을 만난 사실까지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측이 뇌물공여 행위를 지렛대 삼아 목표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필요한 이익들을 챙겼다는 것을 뜻한다고 특검은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은 국내 1위 재벌그룹을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대통령과 삼성그룹 오너 사이의 관계가 대등해졌다”면서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관계는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는 특검측에서 양재식 특별검사보와 이복현 파견검사, 김영철, 강백신 검사가 참석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 측 피고인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부회장에게 3·5법칙 적용은 헌법가치인 평등원리에 위배”

특검은 공판에서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의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들을 언급하며 과거 삼성그룹의 총수들의 뇌물 범행 또한, 소극적이 아닌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병철 전 회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은 1983년 12월부터 1987년 10월까지 약 4년에 걸쳐 정치자금 명목으로 220억원의 뇌물을 준 사건”이라며 “최소한 다른 경쟁 기업보다 우대하거나 불이익 없도록 금품을 준 사실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희 전 회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은 1990년 12월 하순부터 1992년 8월 하순까지 2년에 걸쳐 정치자금 명목으로 10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범행”이라면서 “이 사건 또한 삼성그룹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뇌물이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당시 정치권력의 우월적 지위에 의해 눈빛 레이저만 쏴도 들어줘야 하는 군사독재시기였지만 법원은 ‘적법행위 기대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압박으로 뇌물을 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특검은 “과거 재벌 오너들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소위 3·5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 불리는 양형기준을 본건에 적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가하다”면서 “(이 부회장에게) 3·5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그를 특권층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국민 주권을 침해하고, 헌법가치인 평등원리에 위배되는 중대한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제공한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부회장 측은 승마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이나 정유라를 만난 적도 없다가 2015년 7월25일 이후에 단독면담을 가진 뒤 박 전 대통령의 질책에 따라 급하게 승마지원이 시작됐다”면서 “ 삼성의 처음 목적은 정유라 혼자만을 위한 지원이 목적이 아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질책 이후 모든 게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만약 박 전 대통령과의 대면을 청탁의 기회라고 생각했다면, 다른 기업처럼 그룹 현황이나 애로사항을 기재해 말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뇌물을 공여했지만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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