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아들이 롯데 계열사에 다니고 있다. 어제 저녁 집에 들어와 회사 얘기를 했다. “아빠, 임원 4명이 잘렸어요. 무서워요” 아들과 같은 평사원한테도 위기감이 몰아닥친 듯 하다. 그룹 인사를 보니까 그럴 만 했다. 임원 100여명이 짐을 쌌다고 한다. 승진 및 신임 임원은 지난해 170명에서 올해 86명으로 대폭 줄었다. 롯데가 비상경영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대학을 다니고, 기자생활을 할 때만 해도 롯데는 가장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로 꼽혔다. 대신 처우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물론 지금도 5대 그룹 가운데 평균 보수는 꼴찌일 것으로 본다. 업종 자체도 그렇다. 주력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이나 백화점, 마트, 식음료 업종은 보수가 적다. 결국 롯데는 인건비를 따먹고 성장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60이 넘은 임원도 볼 수 있었다. 롯데그룹만의 자랑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70년생 CEO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롯데의 경영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쓸 수 있는 카드는 모조리 꺼냈다고도 할 수 있다. ‘젊은 피’를 수혈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할까.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 첫 인사로 해석한다.
롯데는 지주 부문장과 계열사 대표를 확 바꿨다. 롯데지주에서는 커뮤니케이션실장에 롯데건설 고수찬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고, 준법경영실장에는 검사 출신인 박은재 변호사가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됐다. 롯데지주는 2년 새 6개 실의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앞서 롯데의 2인자로 볼 수 있었던 황각규 부회장도 물러난 바 있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색채가 더욱 강화된 셈이다.
계열사 CEO도 연령대가 낮아졌다. 이번에 13개사 대표가 교체됐다. 지난해 22개 계열사 대표가 바뀐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약 60%의 계열사 대표도 물갈이 됐다. 특히 50대 초반 임원들을 대거 대표로 배치하며 인적 쇄신을 꾀했다. 롯데가 5대 그룹 중 계열사 대표는 가장 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룹 안에서도 이처럼 크게 바꿀 줄은 몰랐다고 한다.
롯데칠성음료에서는 50세인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하며 대표를 맡았고 역시 50세인 강성현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전무)가 롯데마트 대표(사업부장)로 내정됐다. 롯데푸드 대표에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지낸 이진성(51)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에는 LC USA 대표이사였던 황진구(52) 부사장이 각각 승진 내정됐다. 차우철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52·전무)은 롯데지알에스 대표로, 노준형 DT 사업본부장(52·전무)은 롯데정보통신 대표로 내정됐다.
이 같은 인사는 롯데의 올해 실적과 무관치 않다. 전반적인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인한 위기감 속에 인사는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일찍 이뤄졌다.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신임 임원이 지난해 64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드는 등 승진과 신임 임원 수도 지난해의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롯데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코로나에 취약한 업종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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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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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