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왜 공항 건설 타령인가
선거 때만 되면 왜 공항 건설 타령인가
  • 류동길
  • 승인 2020.11.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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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또 다시 신공항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여당은 김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방향을 급선회하려 한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표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어느 유력 일간지 논설위원은 이를 두고 “가덕도 도깨비춤”이라고 했다. 도깨비춤 바람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문 사건의 기억을 날려 버리고 ‘가덕도 신공항 선거’로 둔갑시킬 모양새다. 참으로 묘한 선거 공작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는 지난주 “김해 신공항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곧바로 “김해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한다. 정작 검증위 위원장은 “김해 신공항의 백지화를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고 가덕도를 논의한 적도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가덕도 신공항인가?

정부・여당은 검증위를 들러리로 내세워 이미 내놓은 결론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 이용당했다”는 일부 검증위원의 말에서도 나타나듯이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을 빼닮은 수법이다.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가덕도가 적합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부산에서 5석을 만들어 주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하겠다."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제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 테니 민주당 시장을 뽑아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야당인 국민의힘 부산 지역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에 앞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발의했다는 사실이다. 야당은 소속 의원들 간에 찬반이 엇갈리면서 정부・여당이 짜놓은 덫에 걸린 꼴이 됐다. 민주당은 특별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대놓고 “고맙다”고 했다. 사실상의 조롱이다, 그러더니 민주당도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발의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표몰이 정치판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10여 년간 영남권의 최대 갈등 요인이었다.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바다를 메워 만들까, 산을 깎아 만들까 하고 다투다 김해 신공항(확장)으로 결정된 것은 2016년이었다. 모든 요소를 평가한 결과 김해 신공항이 압도적인 1위였고, 2위는 밀양, 3위는 가덕도였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지역 갈등을 배제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평가를 맡긴 결과였다. 그런 평가 결과를 뒤집으려면 분명한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 3위 동메달 가덕도를 금메달로 뒤집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김해 신공항 결정은 “신의 한수”라고 했는데 이제는 ‘신의 조화’라고 해야 할까?

표를 노린 허튼 공약의 결과는 국가적 재난이다. 우선 정치적 결정으로 건설된 공항을 보라. 공항 건설 후 이용자가 별로 없던 예천공항은 폐쇄돼 공군에 이양됐고, 울진공항은 비행연습장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전북 김제공항은 착공 후 공사가 중단된 끝에 결국 취소됐다. 활주로에 고추를 말리는 공항도 나타났다.

양양・청주・무안 등 다른 공항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적자를 탈출할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또 공항 타령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한 다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달래려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대구와 광주 신공항특별법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돈이 얼마가 들든 표만 얻을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인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들어가는 돈은 자그마치 10조원이 넘는다. 김해 신공항의 2배 이상이다. 가덕도가 태풍과 해일의 길목에 위치해 있어 안전성 문제도 제기된다. 아무리 정치적 결정이라 해도 경제성・접근성도 따져야지 표만 볼 일은 아니지 않은가.

민주당은 오 전 시장 성추문 사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 가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염치도 없이 공항 건설 카드까지 꺼내 들고 도깨비춤판을 벌여 표심을 흔들려고 한다. 야당도 덩달아 춤춘다. 부산시민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생겨야 부산이 확 바뀌고 부산시민의 삶이 좋아진다고 생각할까?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부산시민은 부산 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이 가덕도 신공항인지를 깊이 생각할 일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또 어떤 카드가 나올지 두렵다. 우리의 당면 과제가 공항 문제인가? 공항이 모자라 경제가 어렵고 국민의 삶이 힘든가? 아무리 표가 급하다 해도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면서 공항 건설을 서둘 일은 결코 아니다. 공항만 지으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치권은 답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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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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