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600억' 보상금 지급 "왜 내가?"...전영묵 사장, '실적 악화' 딜레머
삼성생명 '600억' 보상금 지급 "왜 내가?"...전영묵 사장, '실적 악화' 딜레머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12.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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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암보험 사태로 ‘기관경고’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전임자들 미해결 과제 그대로 이월
"전 사장, 전임 CEO들 잘못 해결 않고 미루고 미루다가 자신이 뒤집어쓰는 것이라는 억울함 들 수도"
삼성생명 전영묵 사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삼성생명이 지난 7일 전영묵 사장의 유임을 확정하고, 부사장 1명·전무 3명·상무 11명 등 총 15명에 대한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전 사장의 심기가 편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먼저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으면서 그룹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신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삼성생명의 미래성장도 문제지만 그보다 전 사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회사 실적이다.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4300억원 규모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가입자들에게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고 재임중 실적부진으로 부실경영자라는 ‘주홍글씨’ 낙인을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요구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이중 삼성생명이 4300억~45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른 생보사들은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결정을 예의주시해 왔다. 다른 생보사들의 일괄 지급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금융감독원의 입김이 센 만큼 중징계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빠르면 내년 1월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전영묵 사장은 올 3월 말 취임했다. 현재까지 9개월여 근무했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 상무, 자산PF운용팀장 전무, 자산운용본부장 전무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CFO),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 자산운용업무의 경력을 쌓았다.

전 사장이 이번에 신임을 받은 것도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전 사장은 2023년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금융감독원이 암 보험 사태로 ‘기관경고’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CEO 교체 가능성이 언급됐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금융계열사 출신으로 CEO자리까지 오른 전 사장에게 일단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삼성 금융사 전체를 이끄는 전 사장에게 권한과 동시에 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4300억원'을 보상금으로 모두 지급 땐 실적 '곤두박질'...최고경영자(CEO)로서 전영묵 사장 임기 보장 못 할 수도 

다만 그가 롱런을 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두고 보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은 암보험 미지급금 규모가 519명, 6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번 금감원 중징계 결정에 따라 현재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지급을 명령한 4300억원 규모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만약 ‘4300억원'이라는 거액이 보상금으로 모두 지급된다면 올해 삼성생명의 실적이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그럴 경우 최고경영자(CEO)로서 전 사장의 임기를 꼭 보장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2018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끌어온 현성철(59)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건강 등 이유로 2년 만에 물러났다. 그는 임기 1년을 앞두고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세대교체를 위해 삼성그룹 차원의 '60대룰'이 금융계열사에도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삼성생명 사장들이 재임중 해묵은 암보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실적악화 문제였다고 한다.

매년 말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 CEO로서 암보험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묵은 체증은 속시원하게 빠지겠지만 동시에 실적악화를 초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강박감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또 암보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미해결 보험금 지급문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등 '도미노'식으로 밀려들 보험민원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CEO의 역할이 지주사 회장 격으로 높아졌지만, 전 사장이 암보험 등 지급에 따른 실적악화와 향후 책임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또한 전 사장으로서는 전임  CEO들이 저지른 잘못을 제때 제때 해결하지 않고 미루고 미루다가 자신이 뒤집어쓰는 것이라는 억울한 소회가 들 수도 있다. 이 문제로 잠을 못이루는 날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전 사장은 삼성생명으로 입사해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 주로 운용 쪽으로 경력을 쌓았다. 올해 56세란 이른 나이에 삼성자산운용 대표에서 삼성금융사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 사장에 올랐다. 점점 중요해지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탁월한 인재로, 그룹 차원에서 금융계열사 CEO로 육성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정치적 균형 감각이 중요한 '지주 회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력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전 사장의 발탁 배경으로 병역 이슈를 꼽기도 한다. 입사연도가 동년배에 비해 2년 정도 빨랐던 게 발탁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영묵 사장이 '60세룰' 최대 수혜자로, 삼성자산운용 CEO 때부터 '수성'(守城)에는 능하지만,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해 이뤄낸 업적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라며 “이런 평가를 바꾸기 위해선 반드시 성과창출이 필요한데 보상금 지급 문제 등 현안 해결이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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