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는 것이 정치(政治)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정치(政治)인가
  • 박석무
  • 승인 2020.12.14 14:5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 칼럼] 다산은 애국자로 태어난 분 같습니다. 28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10여 년의 벼슬살이 기간에도 하루인들 나라와 국민에 대한 걱정과 근심을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벼슬을 시작하며 굳게 다짐했던 “공렴으로 온갖 정성을 다 바치겠다[公廉願效誠]”는 마음을 변하지 않고 살아갔습니다.

18년이라는 긴긴 유배 살이 동안에도 500여 권의 저술을 남겼는데 모든 저술 속에도 나라와 국민을 염려하는 마음을 빠트린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사실로 보면 분명히 다산은 탁월한 애국자였으며, 애국심이 가득한 학자로서는 당연히 나라의 정치가 잘 되어 나라다운 나라가 되고 모든 국민들이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그의 뛰어난 논문 「원정(原政)」이라는 글에서, “정치란 바르게 해주는 일이요, 우리 백성들이 고르게 먹고 살게 해주는 일이다[政也者 正也 均吾民也]”라고 말하여 정치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밝혔습니다. 바르게[正] 해주고 고르게[均] 해주는 것이 정치라는 간단명료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정치는 어떤가요. 과연 정(正)하며 균(均)한가요. 이렇게 세상이 혼란스럽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늘어나 양극화만 가속화되는데, 나라가 편안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세상인가요.

정치에 대하여 다산이 더 줄여서 설명한 글이 또 있습니다. 『대학강의(大學講義)』라는 책의 ‘전십장(傳十章)’의 해설 부분에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란 진실로 용인(用人)과 이재(理財)에 벗어나지 않는다[治天下 固不出於用人理財]”라고 말하여 어진 이를 등용해야 모든 관리들이 직책에 충실하여 나라가 편안해지고, 산업이 풍족해지면 만 백성이 삶을 즐기며 모두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위의 두 가지 인용문에 다산이 내린 ‘정치’의 의미가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바르고 균등한 나라이기 위해서는 사람을 제대로 등용하고 재화를 넉넉하게 하여 국민들이 풍족한 삶을 살도록 해주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바르지 못한 정치 때문에 정부 내에서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법무부에 대검찰청이 달려들고 있고 주택 정책이 고르지 못해 아파트 가격의 폭등으로 가난한 서민들은 집 장만이 불가능해졌으니 빈부의 격차가 좁혀질 방법이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올바르고 어진 인재들을 등용하여 국부를 증진시킬 때에만 바른 정치와 고른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데, 인재 등용에 실패하면서 모든 나라의 일이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선 인재 등용에 국력을 기울일 때가 지금입니다.

오늘의 정부, 참으로 많은 애를 쓰고 있지만 인재 등용이 바르지 못한 이상 제대로 된 정치가 나올 수 없습니다. 진영논리도 벗어나고 지역과 학벌도 타파하고 참다운 인재를 등용해야 합니다. 인재를 찾고 구하는 노력이 부족할 뿐이지, 정성을 들여 찾다 보면 도처에 인재는 있기 마련입니다.

인재가 등용된 뒤라야 바르고 고른 정치가 가능해지고, 국부의 증진도 가능해져서,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는 양극화의 불행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권,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를 그렇게도 갈망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다산이 정의한 ‘정치’에 부합하는 정치를 해주기 바랄 뿐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