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 관련 세제는 신(神)만이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관련 세제는 신(神)만이 알 수 있다”?
  • 권의종
  • 승인 2020.12.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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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뛰는 집값' 잡기 위해 세제 널리 활용하며 세금계산 어려워져...세무사와 세무당국도 혼선 야기
‘낮은 정부’ 구현 실종...내용 어렵고 절차 까다로운 정책과 제도, 국민 눈높이 맞도록 ‘문턱 낮추기’ 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유명대학 경제학과에서 왕왕 있는 일이다. 1학년을 마친 학생이 지도교수를 찾는다. 전과(轉科) 희망자다. 이유인즉 수학이 싫어서다. 계량경제학 등에 나오는 수리 부분이 두렵다는 반응이다. 남들은 못 들어가 한인 국내 인문계 최고학과의 학생, 그것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영역 만점자의 행동치고는 의외다. 설명이 솔직하다. 출제가 예상되는 문제의 유형을 통째로 외워 만점은 받았으나 실력은 그만 못하다는 고백이다.

점수는 좋은데 실력이 없다? 언뜻 이해되지 않으나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가 3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뒷받침한다. ‘2019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TIMSS)’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교 4학년생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 3위, 과학은 2위다. 중학교 2학년생은 수학이 세계 3위, 과학은 4위다. 중2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2011년 1위, 2015년 2위에서, 과학은 2011년 3위, 2015년 4위에서 조금 밀렸다. 실로 대단하다.

반면 한국 학생의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도는 극히 낮다. 중2 학생의 수학에 대한 흥미는 세계 최하위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학생 비율이 61%나 된다. 수학이 가치 없다고 평가한 중2 학생 비율이 30%로 대만에 이어 두 번째다. 초4 학생도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 학생 비율이 40%로 역시 대만 다음으로 2위다. 자신감을 묻는 조사에서도 한국 초등학생은 수학과 과학 모두 바닥권이다.

원인이 뭘까. 교육계는 암기 위주의 교육방식에 탓을 돌린다. 원리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하다 보니 내용이 어려워지는 고학년에 갈수록 자발적 관심과 흥미가 떨어져 수학과 과학을 포기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문제 풀이를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되면 일부 상위권 학생은 따라갈지 모르나, 나머지는 중도 포기하게 된다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수포자’ ‘과포자’가 양산되는 연유를 정확히 꼬집는다.

싫증과 포기는 어렵고 복잡한 데서 비롯...현실은 난해함에 대한 이중적 모순 드러내

싫증과 포기는 어렵고 복잡한 데서 비롯된다. 쉽고 편하면 누가 마다하고 싫어하겠는가. 현실은 난해함에 대한 이중적 모순을 드러내곤 한다.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이를 은근히 즐기는 성향을 보인다. 어려워야 왠지 무게가 있고 권위가 서는 줄 안다. 일상의 대화에서도 한자식 표현이나 외국어 단어를 적당히 섞어 써야 식자층으로 통하는 풍조가 생각밖에 널리 퍼져있다.

세상사 복잡한 게 어디 수학뿐이랴. 공공의 정책과 제도는 난해함의 극치다. 너무 어렵다 보니 국민이 이해하고 접근하기 힘들다. 조세제도는 그중 으뜸이다. 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세제를 널리 활용하면서 세금 계산이 복잡다단해졌다. 게다가 세제가 자주 바뀌다 보니 세무사는 물론 세무 당국에서도 부동산 관련 세금을 잘못 계산하는 사례가 빈발한다.

압권은 집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다. 계산할 때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다. ‘수학 올림피아드’ 수준이라는 평가다. 취득 시기, 지역은 물론 각종 특별공제나 다양한 조건 등 수십 가지를 동시에 헤아려야 한다. “부동산 관련 세법이 너무 복잡해져 양도세는 세무사조차 계산할 수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양도세 수임을 포기한 세무사라는 뜻의 ‘양포 세무사’의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이다.

그 덕에 부동산 컨설팅업이 호황을 누린다. 정부가 24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대출, 세제 등에 대한 규제가 복잡해져 부동산 관련 세무 상담이 쇄도한다. 서점가에서는 부동산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린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부동산 관련 세제는 신(神)만이 알 수 있다”라는 말까지 회자될까.

공공부문 접근성 크게 높여야...어려운 것은 쉽게, 높은 곳은 낮게, 구조 전면 재설계해야

앞서 언급한 양도세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법원 판결문만 봐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 행정 및 사법 간소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용어부터 난해하기 짝이 없다. 시대 흐름에도 뒤진다. 광복 75년이 지났건만 일본식 용어가 곳곳에 살아있고, 여기에 미국식 용어까지 가미되면서 가히 국적 불명을 이룬다.

절차 또한 까다롭다. 세무, 소송, 등기 등의 업무는 셀프 민원의 길이 열려는 있다. 규정뿐이다. 해보면 쉽지 않다. 결국은 비용을 들여 세무사, 법무사, 변호사, 변리사, 행정사 등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관공서 문턱이 턱없이 높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의 캐치프레이즈는 민원실 벽에 걸린 장식물처럼 보인다. ‘어떻게 하면 도와줄까?’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거절해 돌려보낼까?’ 궁리하는 것처럼 비칠 때가 적지 않다.

공공부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어려운 것은 쉽게, 높은 곳은 낮게, 불공정은 공정하게, 수직적 관계는 수평적 관계로 구조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번거롭고 귀찮고 생색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동안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뿐이다. 공공의 가치와 중심을 국민 편의에 두면 안 될 일이 없다. 될 일은 더 잘된다.

어렵고 힘들어도 포기는 금물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온갖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며 끈질긴 싸움을 펼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가는 곳마다 체온 재고 출입명부 작성에 누구 하나 군말 한번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전 국민이 동참 중이다. 잘 나갈 때 도지는 방심의 고자세는 공격에 취약하다. 성공 방역과 경제 회생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도 대응책의 무게중심을 한껏 낮춰야 한다. 낮은 정부가 일도 잘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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