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가영 기자] 칫솔과 마스크, 휴대전화 등 생활용품을 소독하는 자외선 살균기 중 일부제품은 살균효과가 없을 뿐더러 유해한 오존을 안전기준의 5배 이상 발생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23일 시중에 유통‧판매되는 직류전원(충전식) 자외선 살균제품 25개를 대상으로 자외선 방출과 안전성 등을 시험한 결과를 공개했다. 시험결과 이들 제품 가운데 3개는 살균 파장인 자외선-C(UV-C)가 방출되지 않았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UV-A, UV-B, UV-C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UV-C 파장은 세균·바이러스 등의 DNA 또는 RNA를 파괴할 수 있어 자외선 살균·소독 제품에 쓰인다.
그러나 자외선 방출시험 결과 더크루 ‘Dr.U+ UVC 살균기’ 제품은 UV-C 파장이 나온다고 표시했지만, 자외선-A(UV-A) 파장만 방출됐다. 바나나코퍼레이션 `생활백서 UV 자동센서 변기라이트`, 엠테크윈 `휴대용 칫솔 살균기(HSC-01)` 역시 살균효과가 UV-C 대비 1만분의 1수준에 불과한 UV-A 파장만 나오지만, 각종 세균에 살균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제조사인 더크루는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소비자가 요청하면 교환·환불을 하기로 했다. 바나나코퍼레이션과 엠테크원은 광고를 개선한후 판매를 계속하되, 소비자가 요청하는 경우 제품을 교환해 주기로 했다.
이외에도 이놀 `IN-UV01` 제품에서는 오존이 안전기준치(0.1ppm 이하)의 5배를 넘는 0.5ppm 이상 발생했다. 오존을 흡입하는 경우 호흡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과다하게 노출되는 경우에는 기침과 메스꺼움, 두통을 느끼고 심한 경우 실신에 이르기도 한다. 현재 소비자원은 제조사인 이놀에 판매중지 및 교환·환불 권고를 보냈으나 회신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또 대다수 제품은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의 자외선을 방출했지만, 보호장치와 경고표시가 없었다. 자외선 방출량에 따른 광생물학적 위험성(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 눈 손상 위험성) 조사결과 25개 제품 중 5개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정한 표준안전규격(IEC 62471)상 위험그룹 2에, 16개는 위험그룹 3에 해당했다. 위험그룹 2의 광생물학적 위험성은 노출을 회피하는 경우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가벼운 정도이지만, 위험그룹 3의 경우 일시적인 노출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이런 위험그룹 2·3에 속한 제품 21개 중 11개는 자외선 노출을 막는 자동 전원차단과 차폐물 등 보호장치가 없었다. 14개 제품에는 노출위험을 알리는 경고표시가 없어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눈‧피부가 무방비상태로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었다.
현행법상 전기소독기는 안전확인대상 전기용품으로 관리되지만, 직류전원 42V 이하의 제품은 제외돼 직류전원 5~12V를 사용하는 자외선 살균제품 대부분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기술표준원에 직류전원 자외선 살균제품의 안전기준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는 "자외선 살균제품을 구매할 때는 전원차단이나 차폐기 등의 보호장치가 있는 제품인지 꼭 확인하고, 적외선 광원이 외부로 노출돼 있는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