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흰 소띠 해... 희망은 늘고 비관은 주는 신축(伸縮)의 호시절이기를
2021 흰 소띠 해... 희망은 늘고 비관은 주는 신축(伸縮)의 호시절이기를
  • 권의종
  • 승인 2020.12.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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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코로나 19 전염병과 경제 불황에 위축되기보다... 국민과 경제 앞에 당당하고 의연해지길 기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해가 또 바뀐다. 신축년의 새 동이 튼다. 흰색에 해당하는 천간 ‘신(辛)’과 소에 해당하는 지지 ‘축(丑)’이 만난 상서로운 흰 소띠의 해다. 원단을 맞고 보면 으레 지난 한 해 동안의 다사다난을 회고하며 저마다 야심 찬 계획과 간절한 소망을 담는 일년지계(一年之計)를 호기 있게 세우곤 한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당장 지척의 시계조차 분간키 힘든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면전에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할 따름이다.

기업인들로서도 사뭇 신중하게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고 한 해의 경영계획을 떠올려보지만, 개략적 밑그림조차 선뜻 그려내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온고지신의 혜안을 부릅뜨고 지난 100년의 소띠 해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이를 토대로 앞날을 더듬어 보는 것도 상책은 못될지언정 차선지책 정도는 충분할 성싶다.

1925년에는 우선, 을축년 대홍수의 쓰라림을 더듬게 된다. 홍수가 7월 초순부터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반도를 덮쳤다. 한강과 낙동강 유역의 피해가 특히 심했다. 평균 700~970mm의 강수량으로 서울에서만 64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가옥 6,792채가 거센 물길에 휩쓸렸다. 17,045채의 가옥 붕괴, 46,813채의 침수피해와 함께 29,22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어 1937년 정축년. 일제강점기의 만행이 노골화된다. 만주국에 한인 노동자 10만 명 이주를 결정하고 1차로 간도이민단 1만2,000명이 출발했다. 조선총독부가 각 관서에 근무 중에 일본어 사용을 지시하는 한편, 군수공업동원법 실시를 결정했다. 또 일제의 신민(臣民)으로서 천황에 충성을 맹세하는 황국신민서사를 제정, 학교를 비롯한 관공서, 은행, 공장, 상점에서 조회나 회합 등에서 큰소리로 외우게 했다.

온고지신 혜안으로 소띠해 과거사 되짚어 보고...앞날 더듬는 차선지책의 일년지계 세워볼 만

1949년 기축년에는 대서양 다른 한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창설된다. 회원국이 무장 공격을 당한 회원국에 대해 어떤 지원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운데, 이 땅 한반도에도 큰 군사적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 미국군이 철수했고 병역제도가 모병제에서 전시 징병제로 바뀌었다. 공군이 창설되고 공군사관학교 전신인 항공사관학교가 설립되는 경사도 있었다.

또한 1961년 신축년에는 5·16군사정변이 일어난다. 박정희의 주도로 육군사관학교 8기생 출신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했다. 박정희의 통치는 1979년 10월 26일 그가 사망할 때까지 19년 가까이 이어졌다. 평가가 엇갈린다. 국가 주도의 급속한 경제발전 성취의 긍정적 시각과 함께, 군의 정치개입, 민주적 정권교체 지연, 지역·계층 간 불균형 등의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1973년 계축년에는 제1차 석유파동이 터진다. 그해 10월 1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중 페르시아만 연안 6개국이 원유 공시 가격을 배럴당 3.01 달러에서 5.12 달러로 70% 인상을 결정했다. 곧이어 12월 23일에는 1974년 1월부터 원유 가격을 5.12 달러에서 11.6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문과 충격을 불러왔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로 힘들었던 지난해 상황과 비춰 볼 때 묘한 비감마저 일게 한다.

여기에, 1985년 을축년에는 플라자합의가 있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 G5 재무장관들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모여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결의했다. 독일 마르크화는 1주 만에 달러화에 대해 약 7%, 엔화는 8.3%가 급등했다. 그 후 2년 동안 달러 가치가 30% 이상 급락하면서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찾아갔다. 반면 일본은 엔고에 따른 버블 붕괴로 타격을 입었고 2010년대 이후까지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소띠 해라고 다른 해 비해 애사 많았을 리 없어...과거사 아픔 들춰, 새해 액땜을 대신하고자

1997년 정축년에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IMF로부터 금융을 지원받는 대신, 기업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자본시장 추가 개방, 기업의 인수 합병 간소화 등의 난제를 이행해야 했다. 많은 기업이 부도와 경영 위기를 맞았고, 대량 실직과 경기 악화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09년 기축년에는 신종 인플루엔자, 일명 신종플루가 대유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63만 명이 감염되었고 대략 1만9천 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740,835명이 감염되어 263명이 사망했다. 인구 대비 감염자 수가 세계 8위에 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맞아 당시 상황이 확대 재현되는 듯하여 격세지감이 무색하기만 하다.

본디 역사는 비극을 더 잘 기억하는 속성 탓에 즐겁고 좋았던 일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 더 기록으로 남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소띠 해라 해서 유독 다른 해에 비해 애사가 많았을 리 없겠지만, 어쨌든 지난 과거사의 아픔을 들춰봄으로써 새해 액땜을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오는 해에는 경기침체, 전세난, 자영업 위기 등 비관적 용어는 사라지고, 경기 회복, 경제 성장, 일자리 증가 등 희망과 행운의 덕담만이 경제와 기업 간에 오갔으면 한다.

코로나19 극복의 토대 위에 빠른 성장과 혁신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정부와 국민의 구슬땀이 흐르고, 기업의 경영혁신과 투명경영 실천으로 시장과 고객의 신뢰가 회복되며, 첨단의 경쟁력 확보 등 뼈를 깎는 노력이 쉴새 없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부디 새해에는 기업들이 전염병과 경제 불황 앞에서 나약하고 위축된 모습보다 경제와 국민 앞에 당당하고 의연한 흰 소의 멋을 한껏 떨치는 호시절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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