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2021년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코로나19와 2021년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안태환
  • 승인 2020.12.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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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환 칼럼] 시간이 속절없다. 모진 불편함으로 가득했던 한 해가 꾸역꾸역 건너간다. 누구나가 아득했던 한 해를 살아왔다. 감염의 공포는 물론이려니와 자영업의 괴멸과 이 땅의 수많은 가장들의 실직 고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감염병에 더해 우리 사회는 분노할 힘조차 상실된 채 깊은 절망만 남긴 부동산 폭등과 극단으로 치달았던 이념 갈등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옹이 진 흉터를 남겼다.

코로나19의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주저 없이 계속됐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 소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희망 없는 정치는 코로나19 만큼이나 앙칼진 형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그토록 싸워왔던 의제들은 국민의 안전과 생계보다 중요한 정책이었는지.

지구촌을 휘감은 코로나19가 등장한 것은 작년 12월 31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 세계는 코로나의 음습하고 살기 어린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그 위기는 이제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더더욱 커지고 있다. 돌아보면 아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에서 기하급수적인 확산세가 나타났지만, WHO의 팬데믹 선언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후 수많은 사상자를 낸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과 미국까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가 휩쓴 나라들에서 믿기 힘든 충격적 장면은 TV 화면에서 연일 이어졌다. 거리의 냉동 트럭에서 감염병에 희생된 시신이 무더기로 방치되는가 하면, 병원에 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쓰러진 환자들이 속출했다. 그 뿐 만이 아니었다. 의료진은 개인보호 장구가 없어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는 등 감염의 속도는 현대의학을 무기력하게 했다.

듣도 보도 못한 서글픈 광경이었다. 천조국이라 불리던 미국의 상황은 더했다. 병실은 차고 넘쳤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수십만에 이르렀다. 가히 의료 붕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비참한 현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부랴부랴 코로나19의 서슬 퍼런 광기에 놀란 세계 각국은 국경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시민의 자유를 봉쇄했다. 그에 따라 실물경제는 비명을 질렀고 소중했던 일상은 와르르 무너졌다. 의료사각지대인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은 그 상황이 더 해, 제대로 된 방역대책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코로나19에 노출되었다.

그렇게 코로나19가 휩쓴 국가들은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기온이 더워지는 여름철에는 확산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으나, 가을에 접어들자 '2차 확산'은 다시 재 점화되었다.

K 방역을 자랑스러워하던 우리는 거리 제한 조치들이 완화되자 경각심이 느슨해졌다. 그러는 사이,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배로 강해졌다. 기껏 하루 백여 명의 확진자에 그쳤던 상황은 어느새 하루 일천 명을 넘나드는 위험한 지경에 다 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이 겨울을 아슬아슬하게 건너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을 것이다. 난데없이 나타나 온 세상을 뒤덮은 코로나19, 감염의 회오리는 날이 갈수록 거세졌지만, 인류는 드디어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나는 것이기에 아직 인류에게 희망은 여전히 강건하고 포만하다. 백신과 치료제는 진일보 할 것이며 인류는 늘 그래왔듯 이번에는 그 해답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우리는 평화로웠던 일상을 갈구하고 있다. 자각하는 존재들이 많아질 때만이 탐욕과 야성으로 가득했던 코로나 이전 세상의 기운을 바꿀 것이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지 간애 돌이 킬 수 없는 새로운 축의 시대는 반드시 열릴 것이다.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우리의 의식주, 편리함과 익숙함을 당연시하며 마음대로 써왔던 자연과 자원의 소모적 행태들은 이제 획기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유치환 시인의 ‘깃발’에서의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낯선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의 시적 상징이다. 지금의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으로 가고파하는 이상향이 노스탤지어이다. 코로나 이전의 자유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향수병이 걸린 듯 가고 싶다는 염원을 보여주는 것이 손수건이라면 지금의 우리에겐 마스크가 손수건일 것이다. 2021년, 우리 모두가 평화의 시간을 되찾는 한 해이기를 진정 바란다면 우리는 지금 그 손수건을 저마다의 일터에서 흔들고 있는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안태환

▪ 강남프레쉬이비인후과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전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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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현 2020-12-30 15:31:55
마스크가 지금의 현대판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라는 문구에 격히 공감합니다...빨리 이 시국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진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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