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는 위법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는 위법하다”
  • 김교창
  • 승인 2021.01.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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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 시도가 법원의 제동으로 미수에 그쳤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지난 16일 새벽 윤석열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하였고, 당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재가함으로써 징계 효력이 발생하였다.

윤 총장이 이에 불복해 다음 날 징계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24일 밤늦게 인용하였다. 징계위 구성, 혐의 내용, 징계 절차에 하자가 많은데도 이를 살피지 않은 대통령의 징계 처분 재가는 위법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징계위는 청구인인 장관을 대리한 차관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위원은 검사 2명, 변호사·교수·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각 1명으로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결원된 자리는 장관이 예비위원으로 채운다. 위원들을 모두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므로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번처럼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징계 절차를 일인극(一人劇)으로 꾸밀 수도 있다.

이런 허점을 바로잡는 법 개정이 지난 10월 이루어졌다. 위원을 9명으로 늘리면서 장관 재량으로 위촉하던 외부 위원 3명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률 전문 단체장이 추천하도록 보완하였다. 개정법은 내년 1월 21일부터 시행된다. 윤 총장 징계가 현행법에 의한 마지막 검사 징계였던 셈이다.

지난 10일 열린 첫 징계위에는 차관을 포함해 위원 5명이 참석하였으나 모두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위원 자격이 없었다(검사징계법 제17조 제3항). 징계 절차 개시 직전에 임명된 차관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변호인이었으므로 수사를 지휘하는 총장과 이해가 충돌한다. 검사 몫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징계 혐의 제보자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대리는 법무부 산하 정부법률공단 이사이고 공개적 장소에서 윤 총장을 비난한 적이 있다. 외부 인사가 아닐뿐더러 징계대상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교수가 사퇴한 자리를 변호사인 그가 차지한 것도 위법이다. 안진 위원은 여당 활동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

윤 총장 측이 위원 5명 중 4명에 대하여 기피 신청을 하였으나 징계위는 기피권 남용이란 이유로 기각하였다. 심 국장은 다른 위원들에 대한 기피 신청을 기각하는 표결에 참가한 뒤에야 위원직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렸다. 회피 사유가 있다면 기피 신청 기각 표결에 참가하여서는 안 된다. 이후 나머지 4명이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도 위법이다.

검사징계법은 징계위원의 유고에 대비하여 예비위원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고인 위원을 예비위원으로 대체하여 징계위를 7명으로 구성하였어야 한다. 게다가 4명 중 3명은 내부 위원이고 외부 위원은 1명뿐이므로 역시 투명성과 공정정이 담보되지 않았다. 징계위의 구성이 위법이면 징계 결의는 당연히 무효다(대법원 2017두70793 판결).

윤 총장의 혐의 6개 중 핵심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판사 사찰 의혹이다. 윤 총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겠다”고 답변한 것을 꼬투리 잡았다. 정치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지 않았다는 구실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중립 의무 위반 여부는 현직일 때의 행위로 따져야 하며, 퇴임 후 무엇을 할 것인지는 중립 의무와 무관하다.

판사 사찰도 위법한 방법으로 할 때에나 징계 대상이다. 이른바 ‘판사 문건’은 이미 공개된 자료를 수집·정리한 것이다. 법관대표회의에서 의안으로조차 채택되지 않았고, 이 혐의를 조사한 검사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이 밖에도 윤 총장 징계 절차는 허점투성이다. 징계에 앞서 혐의자에게 방어권을 충분하게 보장하여야 하나(대법원 2015두44028 판결), 법무부는 징계위가 열릴 때까지 위원 명단을 숨겼고, 변호인에게 기록의 열람·등사도 허용하지 않았다. 위원장 대리가 아닌 장관이 징계위 개최 일시를 지정·변경한 것도 잘못이다.

징계위는 심의 첫날 증인 8명을 채택하였으나 2차 심리(12월 15일)에서는 출석한 5명만 증인 신문을 마쳤고 불출석한 나머지 3명은 증인 채택을 취소하였다. 취소된 증인에 포함된 심 국장은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윤 총장 변호인단이 이를 검토할 시간을 요구하였으나 징계위는 거절하고 서둘러 심리를 종료하였다. 그 진술서가 징계결정문에 반영되었다. 증거력 없는 것을 증거로 삼은 것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다.

이번 징계 결의에는 여러 하자가 있으므로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았어야 옳다. 이를 살피지 않고 재가한 것은 직무유기다. 청와대와 여권은 대통령이 징계 결의를 그대로 재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폈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취지다. 위법한 징계 결의라도 재가하는 수밖에 없다면 무엇 하러 재가 절차를 두는가.

이번 징계 처분은 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이를 주도한 대통령, 장관, 징계위원 모두 법률 전문가인데도 무엇엔가 쫓기어 이성을 잃은 것 같다. 자성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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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고문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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