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태, 홀트아동복지회는 무엇을 했나
정인이 사태, 홀트아동복지회는 무엇을 했나
  • 오풍연
  • 승인 2021.01.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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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오풍연 칼럼을 통해 정인이 사태를 다룬 바 있다. “어른들이 잘못 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경찰의 책임이 가장 컸고, 정인이 입양을 주선한 홀트아동복지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입양을 맡긴 뒤 정인이를 잘 돌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홀트아동복지회는 책임이 약하다는 쪽으로 해명한다.

홀트는 6일 입장문을 내고 “홀트아동복지회는 자책하며 슬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정인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인이의 사망 이후 보건복지부 지도 점검에서 입양 절차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입양 절차는 입양특례법과 입양 실무 매뉴얼을 준수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절차보다는 입양 후가 중요했는데 엉뚱한 해명으로 들린다.

또 이 같은 해명과는 달리 보고서는 별 다른 문제가 없고, 오히려 "애착관계 안정적"이라고 했다. 이를 무엇이라고 할 건가. 의례적 보고서가 아닌가 싶다. 이날 신현영 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홀트아동복지회 가정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홀트아동복지회는 지난 해 3월과 7월 두 차례 정인이 입양 가정을 방문했다. 그 보고서대로라면 “오케이”다.

7월 방문은 두 번째 학대 신고 이후였고, 홀트아동복지회는 이때부터 학대를 의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가정조사보고서에는 이런 의심 정황이 담기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정인이의 몸무게가 넉 달 전과 같은 9.4kg이지만 "비교적 동년배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적었고, "가족들과 애착관계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적혔다. 당시 정인이는 피부 착색과 이마의 붉은 자국 등 학대를 의심할 정황이 있었지만 "아토피 증상" 때문이거나 "엎드려 돌아다니며 자는 습관" 때문이라고 적었다.

보고서의 종합검토의견에는 "방문 당시 아동은 양모에게 안겨 스킨십을 하거나, 상호작용 등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관찰됐다"면서 "양부모는 최근 아동학대 관련 이슈로 주변의 관심과 이목이 쏠리는 것 같아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아동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상담원은 양모에게 이럴 때일수록 보다 세심하고 민감하게 아동을 관찰하고, 아동에게 상처가 생겼을 때보다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서술했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볼 때 홀트회는 결과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 했다. 그 때 보다 적극적으로 정인이를 관찰하고, 양부모를 상담했더라면 적어도 죽음으로 몰고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조금 의심스러우면 꼼꼼한 관찰이 필요했는데 의례적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 같다. 설마가 화를 키웠다고 할까.

홀트아동복지회가 그동안 어린이 입양에 큰 역할을 한 점은 인정한다. 앞으로 또 이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보다 완벽한 매뉴얼을 마련했으면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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