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효성家 정밀해부(2) 차남 조현문의 내부고발 및 양심선언과 '형제의 난' 파장
[시선] 효성家 정밀해부(2) 차남 조현문의 내부고발 및 양심선언과 '형제의 난' 파장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01.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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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현문-현상 3형제, 모두 학력과 경력 등 스펙 좋아..모두 미국 명문대에 유학,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서 근무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이 모두 회사로 불러들여 경쟁시켜...조현문, 2013년 2월 효성 주식 팔고 사실상 독립 선언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들, 작년 3월 주총 때 "조현준, 사내이사 부적절" 반대...올 3월 주총서 참여연대 등 태도 주목

효성그룹 오너가는 각종 재판과 송사들로 오랫동안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던 대표적 재벌가 중 하나다. 지금도 여러 건의 재판들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10월과 12월 2건의 재판에서는 조현준 회장이 잇따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조석래 명예회장도 대법원에서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파기환송 선고를 받았다. 지난 2013년 조 명예회장의 둘째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아버지와 형에게 반기를 들면서 본격화된 효성 오너가 리스크가 이제 마무리단계로 가는 것일까? 효성 3세들의 후계구도는 완성된 것일까?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로 비교적 견실했던 효성계열사들의 상태는 또 어떤지?  이런 의문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14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현 효성 회장과 동생 조현상 현 효성 사장이 각각 1대 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 두 곳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왼쪽부터 조현준 회장, 조현문 전 부사장, 조현상 사장 / 효성 제공

조현문, 2014년 이메일서 “그룹의 불법행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려고 해왔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깨달은 뒤 떠났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최영준 기자]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2013년 2월 효성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뒤 잇따라 터져나온 효성 오너가의 불법 비리행위들은 지금 돌이켜봐도 한국 재벌사에서 더 이상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언론이나 검찰이 아무리 파헤쳐도 나오기 어려운 내부비리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많이 드러났다. 조현문은 2014년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룹 내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려고 해왔다”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그룹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메일에 따르면 조현문은 2011년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불법비리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가족들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내 회사를 내 뜻대로 경영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차라리 나가라”라는 대답을 듣고 곧바로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조현문은 재벌가 자제로는 특이한 경력이 많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고교 동창인 가수 신해철씨와 보컬그룹 ‘무한궤도’의 멤버로 활동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란 노래로 대상을 탔다. 2011년 1월 신입사원 입문교육 강연 도중에는 즉석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조현문은 미국 하버드대 법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하버드에서 유학하며 조 현문을 지켜봤던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스마트하고 겸손한 사람”이라고 회고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따서 1998년 미국의 한 유명 법률회사에서 일했다. 그때 부친으로부터 귀국해서 그룹 경영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조현문은 큰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로서 그냥 미국에 정착하는 길도 있었다.결국 가족의 요청을 수용해 1999년 효성에 들어왔다.

조현준과 조현상도 따지고 보면 조현문 못지않게 학력과 경력 등 스펙이 좋다. 모두 미국 명문대에 유학했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한결같이 대인관계도 좋고, 모두 또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한다. 3형제의 나이차는 불과 세 살. 문제는 이들 모두 스스로 독립해 충분히 살아갈 능력과 스펙을 갖추었는데도, 아버지가 모조리 회사로 불러들여 경쟁을 시켰다는 점이다.

​2003년 8월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조현문(뒷줄 왼쪽에서 세번째) 변호사 약혼식 사진. 앞줄 왼쪽부터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부인 송광자 씨. 뒷줄 왼쪽부터 조현준 회장, 부인 이미경 씨, 조 변호사 부부, 맨 오른쪽은 조현상 사장. 사진/효성

조현문, 여러차례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문제점 보고-개선 건의...그러나 돌아온 말은 “형(조현준 사장)이나 잘 보필하라”

과거 한때 언론계 출신 효성의 홍보책임자들은 1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이 있었다. 삼형제간의 경쟁과 알력이 심해 누구편을 잘못 들었다가는 금방 잘리기 십상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의 지나친 3형제 총애와 경쟁시키기가 이런 흑역사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조현문은 입사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고, 2006년부터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중공업 사업그룹(PG)장을 맡았다. 중공업 사업은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좋아졌다. 조현문 부사장은 자정 무렵에 혼자서 창원공장을 불쑥 방문해 임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겨레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조현문은 중공업 근무를 하면서 중공업은 물론 효성 계열사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부정과 비리를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그는 이를 묵인하지 않고, 미국 변호사답게 부정을 색출하고, 관련자들에게 엄한 책임을 물었다. 그때부터 조 부사장에 대한 내부 견제가 본격화됐다.

그래서 여러차례 아버지에게 문제점을 보고하고 개선을 건의했지만 돌아온 말은 “형(조현준 사장)이나 잘 보필하라”는 것이었다. 그즈음 형인 조현준의 해외 부동산 불법매입 사건이 터졌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조현문은 형과 회사를 위해 뛰었다. 그 덕분인지 사건은 2010년 12월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조현문은 사건해결 직후 형에게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개인보다 회사를 위해 일한다면 평생 형 옆에서 충성하겠다. 하지만 회사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함께할 수 없다.”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실과 달리 자신을 음해하는 보고서가 만들어져 아버지에게 올라갔다는 게 조현문 쪽 주장이었다.

조현문은 2013년 2월 갖고 있던 효성 주식 대부분을 팔았다. 변호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임직원들에게는 “그룹이 잘되길 바란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미국 변호사 조현문의 개인성향이 '평지풍파' 원인인 듯..."평소 불법행위 절대 용납 않고, 심지어 가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미국 변호사로서의 조현문 개인성향이 이 모든 평지풍파의 원인으로 보여진다. 평소 불법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심지어 가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돈이나 경영권 장악은 목적이 아니었다고 그 스스로 여러차례 밝혔다고 한다.

당시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근본적으로는 한국 재벌에 대한 조현문의 문제의식이 꼽힌다. 그는 지금껏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재벌 체제가 어느덧 3세 체제로 접어들면서 수명(유효성)을 다해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바깥에서 보면 대부분의 재벌 3세들이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경영수업을 받아 유능한 경영자가 될 자격을 갖춘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와 달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정신이나 헌신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온실 속의 화초 같아서 위험을 감수하려는 생각이 없다.”

재벌 3세들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부동산 투자, 외제차 수입 같은 손쉬운 돈벌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편법과 불법까지 마다 않는다. 또 새로운 파이를 만들지 못하니까, 가족 간에 서로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한다.” 조현문은 효성 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재벌 3세들이 총수를 맡는 재벌 체제는 미래가 없다. 재벌 3세들은 별나라에 사는 황태자다. 선악이나 질서는 남들 얘기일 뿐이다. 내가 곧 법이라고 생각한다. 회삿돈과 내 돈을 구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한겨레측에 말했다고 한다.

작년 3월20일 지주사 (주)효성의 정기주총을 앞두고 또 한 차례 시끄러워진 적이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사회단체들이 오너 경영인들의 재판 리스크를 들어 국민연금이 효성과 대림산업 등의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효성의 경우 조현준이 횡령과 배임 등 각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에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주총에서는 조현준의 효성 사내이사 연임을 70% 이상 주주들이 찬성했다. 압승이었다.

당시 효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합계가 54.72%였고, 국민연금 지분율이 9.97%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분율 26%이상의 소액주주들중 15% 이상이 조현준 편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됐다.

효성그룹 전경

3월 주총 앞두고 효성 오너가 재판 리스크 다소 줄었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주력사들의 경영상태 코로나 등으로 좋지 않아

당시 언론들은 주주들이 재판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조현준이 2019년 효성의 주력 5개사 영업이익을 3년 만에 1조 원대로 되돌린 경영능력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도 3월 주총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효성 오너가의 재판 리스크는 다소 줄었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문제는 2019년 많이 회복되었던 효성 주력사들의 경영상태가 작년에는 코로나 등으로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년 1~9월 주력 5개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2,6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주력5사중 효성화학 정도가 작년 4분기부터 실적이 좋아졌다는 보도가 있긴 하지만 5사 합계 작년전체 영업이익이 1조원선까지 가기는 많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판도 아직 끝나지 않은게 여러 건이다. 한단계 고비는 넘었다지만 남은 건에서 한건이라도 삐긋하면 후계구도가 다시 혼란에 빠질수 있다. 올해 3월 주총도 다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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