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의 괴리...가습기 사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습기 사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 오풍연
  • 승인 2021.01.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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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몇 년 후 황당한 판결이 나왔다. 바로 가습기 사건이다. 어쨌든 사망 등 피해자가 있었고, 그것을 인정해 기소했는데 무죄가 나온 것이다. 무척 오래된 사건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증거에 따른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및 제조업체의 전직 임·직원들 총 11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가 확정된 옥시 등의 가습기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에서 사용된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는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2014년 발간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백서에서 PHMG·PGH는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온 반면, CMIT·MIT는 폐질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이에 검찰도 당시 기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환경부의 실험 결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도 CMIT 및 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도 판결의 파장을 모를 리 없다. 때문인지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및 나머지 쟁점들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재판부로선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적 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준 교수 및 연구진, 환경부, 시민단체 및 검사들께 모두 감사하고 피고인들과 변호사들 모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가습기 사건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할까. 하지만 재판부를 마구 질타하는 것도 그렇기는 하다. 우리 법원은 증거주의를 채택한다. 기소를 담당한 검찰이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도 드러난 셈이다. 검찰도 항소하지 않을 리 없을 터. 왜 무죄를 선고받았는지 잘 따져서 항소심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피해자들은 "모든 사람이 무죄를 받아 가슴이 멎을 것 같다"면서 "그 제품을 써 사망에 이르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투병을 하는 저희 피해자들은 과연 무슨 제품을 어떻게 썼단 말이냐"며 호소했다. 그러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증거인데 무엇을 더 따지느냐“고 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절규도 풀어주어야 한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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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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