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의 '옵티머스' 미스테리...발생 6개월 지났는데도 아무도 책임 안 져
NH의 '옵티머스' 미스테리...발생 6개월 지났는데도 아무도 책임 안 져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01.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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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2019년 NH증권 연간 당기순이익 3,179억원보다 훨씬 많은 피해금액(4,300억원)
지난 해 한해 나라 전체를 뒤흔들면서 농협과 농협소속 금융기관들의 생명같은 신뢰도 다 날려보낸 꼴
정영채(왼쪽) NH투자증권 대표와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년 라임펀드 사기 사건 때 판매사 신한금융투자의 김병철 대표, 사태가 발생하자 이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현재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농협은 조사를 받고 배상책임 및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최종책임자인 김광수 회장은 사태 정리는 커녕 도망치듯 떠나 관피아의 길로 들어선 모양새이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해 말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같이 비난논평을 발표했다. 공공성을 지닌 은행 수장 자리의 의미와 책임, 역할은 안중에 없이 자리에 연연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은행연합회장으로 단독 추대돼 선출됐고, 현재 활동중이다. 비난은 핵심은 옵티머스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처지에 연봉 7억원의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몫 자리를 챙기는 데만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금액은 4000억원 이상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다. 판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당시 김광수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전반적인 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도 “사태 정리는 커녕 도망치듯 떠나 관피아의 길로 들어선 모양새”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새해 들어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체제가 출범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농협은행장에 모두 '농협맨'이 발탁됨에 따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협업체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새로운 수장들은 사실상 인사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두터운 관계를 갖고 있다.

현재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 이해가 안되는 것은 NH증권의 최대 주주인 농협중앙회과 농협금융지주의 태도다. 농협금융지주가 NH증권 주식지분의 49%를 갖고 있고, 또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주식 100%를 갖고 있다. 최대 주주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후속 처리를 놓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발생했던 라임펀드 사기 사건의 경우 라임펀드를 주도적으로 판매했던 신한금융투자의 김병철 대표가 사태가 발생하자 이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한 바 있다.

실제로 무슨 사태가 벌어지면 이를 빨리 수습하고 다시 굴러가게 하려면 책임 당사자로는 어렵다. 자기가 저지른 일을 말끔히 수습한다는게 여러모로 쉽지 않다. 새 인물이 들어가야 청소든 정리든 말끔히 할수 있다. 웬만한 조직 같으면 다 그렇게 한다.

작년 국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부실 판매에 책임져야 한다" 지적 나와

지난해 10월 열린 농협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과 옵티머스 펀드 판매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오른쪽)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더구나 이 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2019년 NH증권 연간 당기순이익 3,179억원보다 훨씬 많은 피해금액(4,300억원)이다. 피같은 농민들 돈이 일개 계열증권사의 무리한, 또는 이상한 판단 때문에 수천억원이나 날아가게 생겼다. 돈도 돈이지만 작년 한해 나라 전체를 뒤흔들면서 농협과 농협소속 금융기관들의 생명같은 신뢰도를 다 날려보냈다.

본인이 책임 못지겠다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현재까지 이 문제에 대한 아무런 조치나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태가 본격화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작년 10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의 부실 판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이개호)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 행위에 대해 외압 의혹을 제기, 상위 감독 기관으로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은 상품 판매 결정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상품을 하루 만에 실사, 상품소위원회에 올리고 바로 결정했다"며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사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견고한 투자증권사가 어이없는 투자를 어떻게 걸러내지 않았는 지 의문이 든다"면서 "걸러내지 않은 것, 외압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감사나 통제는 농협중앙회가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답변하며 옵티머스 사태 책임에서 빠져나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 전에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와 통화를 한 사실을 증언, 외압에 의한 판매라는 심증을 갖게 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의 "펀드 승인 결정 전 옵티머스 관계자를 접촉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의에 그는 "2019년 4월 김진훈 옵티머스 고문으로부터 전화가 온 적 있다"고 답변했다. 김진훈 고문은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함께 옵티머스 고문단 중 한 명이다.

정 대표는 "김 고문이 금융상품을 팔려고 하는데, 상품 담당자를 소개해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상품 담당자한테 접촉해보라고 쪽지를 넘긴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조합장 출신으로 선거로 당선된 이 회장은 작년 2월 공식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이대훈 농협은행장, 소성모 농협상호금융 대표,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협경제 대표, 김위상 농협대학교 총장 등에게 모두 사표를 받았다.

NH증권 직원들, "사측이 대책마련에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당연히 대표이사-경영진 엄중한 책임 져야" 주장

옵티머스 펀드사건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빌딩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회장과 정영채 NH증권 사장 등 수뇌부 일부만 살아남았다. 보통 5년마다 선거로 회장이 갈리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부터 하는게 농협의 전통(?)이다.   

정 사장이 살아남은건 ‘정통 농협맨’이 아니고, 증권맨으로서 경영실적이 좋았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대우증권 투자금융2담당 상무를 지낸 후 우리투자증권 투자금융(IB)사업부장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한 뒤에는 NH투자증권 투자금융사업부 대표와 부사장을 각각 역임했다.

정 사장은 투자금융 관련 분야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IB업계의 대부'라는 별칭도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실제 정 사장은 재작년 IB부문에서 전년 대비 21.32%의 성장률을 기록해 NH투자증권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IB 수수료수익 가운데 인수주선 수수료수익도 2018년보다 72.1%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

여기에다 유력 언론들부터가 그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호의가 많았다. 들리는 소문대로 언론과 기자 관리를 잘해서일까.

작년 가을 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 4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개최한 ‘옵티머스 사태 해결 쟁취 총력 결의대회’에서 NH증권 직원들은 사태 발생 후 사측이 대책마련에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며 피해 투자자들은 물론 옵티머스를 판매한 직원들까지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대표이사와 경영진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직원들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데도 농협그룹 내에선 아무도 그에 대한 문책 움직임이 없다. 선거로 당선된 이성희 회장이라면 누구 눈치를 볼일도 별로 없을 텐데도 말이다.

일설에는 거부하기 힘든 정치권 등의 압력 때문에 그를 자르지 못하다는 얘기도 있다. 그건 아닐 것이다. 모피아 출신인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전 회장은 공교롭게도 이 사태 발발 직후 임기가 남았는데도 은행연합회장으로 탈출(?)해 버렸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요즘 농협그룹 내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완전자회사로 농협금융 및 자회사 인사에 중앙회의 직,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농협에서 황제로 불리는 이성희 중앙회장이 농협금융 회장을 내부출신으로 앉히고, 농협금융 임추위에도 중앙회 사람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옵티머스 사태의 진원지나 다름 없는 농협투자증권의 수장을 문책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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