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의문투성이 '옵티머스'사태 (上) 그들은 왜 유독 NH투자증권을 노렸을까
[추적]의문투성이 '옵티머스'사태 (上) 그들은 왜 유독 NH투자증권을 노렸을까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01.21 14:54
  • 댓글 1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두 책임회피만 급급...NH투자증권, 위험성 고지 않고 4300억원이나 펀드 판매해 가장 큰 책임 져야
공공 기관 매출채권 존재도 안하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하루 만에 상품심사 '끝'
하나은행, 예탁원은 누가 봐도 선량한 관리자 의무 위반...의무규정 없다며 책임회피

작년 한 해 내내 금융권은 옵티머스 펀드로 시끄러웠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편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위장한 뒤 실제로는 부실 사모사채 등 이상한 곳에 투자해 돈이 나중에 어디로 다 갔는지도 알기 어렵게 하는 ‘사기 펀드’였다. 서울이코노미뉴스는 아직도 피해자들을 울리며 현재진행형인 옵티머스 펀드의 원인과 실태, 문제점을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주>

옵티머스 펀드 사기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NN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지난 해 내내 라임펀드 환매중단, 옵티머스 사기 같은 불상사로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던 은행들이 올해 일제히 소비자 보호를 핵심정책으로 설정하고, 그에 맞춰 없던 보직까지 만들어 가며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앞서 일어난 라임 등 다른 펀드 사고들은 투자 위험성을 오판하는 등의 부실 투자를 했다면 옵티머스는 아예 투자설명서·명세서와 다른 곳에 투자했다. 편입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며 펀드를 판매했지만 실제로 펀드 자금이 흘러들어간 곳은 대부업체와 부동산컨설팅업체 등이다. 그 돈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기도 어렵고, 거의 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옵티머스같은 사모펀드는 운용사가 상품을 설계하면, 그것을 증권사나 은행 창구에서 팔고, 펀드 돈으로 산 자산은 수탁은행에서 관리하고, 그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는 사무수탁사가 산출해 공시한다.

옵티머스의 경우 상품을 만든 운용사는 옵티머스 자산운용이고,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6월 대규모 환매중단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NH투자증권(4,300억원)‧한국투자증권(300억원) 등 주요 증권사들을 통해 해당 펀드를 판매했다. NH증권이 전체 피해규모의 84%에 달해 압도적이었다. 수탁은행은 하나은행, 사무수탁사는 증권예탁원이다.

NH투자증권, "옵티머스 주범들의 적극적인 사기행각에 속았을 뿐, 의도적으로 투자자들에 부실펀드 떠넘긴 게 아니다" 항변

원칙상 펀드 투자금의 환매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운용사이지 판매사가 아니다. 판매사는 판매과정에서의 위법행위에 책임을 질 뿐 운용행위에 대한 책임은 운용사가 지는 게 보통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작년 6월 사태 발생 초기, NH증권이나 하나은행, 증권예탁원은 모두 ‘나는 잘못 없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자 몇 발자국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근본 입장은 지금까지 여전히 그대로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주범들의 적극적인 사기행각에 속았을 뿐 의도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부실펀드를 떠넘긴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옵티머스 대표 등이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공공기관 등과의 자산양수도계약서를 위조해 NH증권 등 판매사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NH증권이 라임사태 소식에 불안해 하나은행에 무슨 공공채권을 제대로 샀는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더니 하나은행은 "너희(NH증권)에게 확인시켜줄 의무가 없다"며 사모펀드 규정을 내밀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게 정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책임을 줄여 보려는 NH증권의 언론플레이로 보였다.

하나은행은 운용사가 보내라는데로 돈을 보내고, 관리했을 뿐 수탁은행은 돈이 어디로 제대로 가고있는지까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증권예탁원은 옵티머스가 보내주는 자산의 가치만 산정해 공시해줬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보내준 자산이 위조된 것인지까지 자기들이 확인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정영채(왼쪽) NH투자증권 대표이사와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애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문제는 NH투자증권...투자자들은 누굴 믿고 펀드에 가입했을까농협 계열사가 적극 추천해주는 상품이니 전적으로 믿고 샀을 것

예탁원 노조는 "어떤 계산사무대행사도 펀드 자산명세서를 자사 명의로 작성하지 않으며 판매사를 포함한 외부에 실제 발급도 않는다"며 "'예탁원이 작성한 펀드 자산명세서를 믿고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판매사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옵티머스가 하나은행에 공공기관매출채권이 아닌 정체불명의 사모사채를 사도록 지시하면 하나은행은 의문이라도 품고, 금융당국에 신고하든지, 아니면 판매회사(NH증권)에 이상하다고 귀띔이라도 해줘야 상식이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어디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런 의무조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예탁결제원은 비상장사 사모사채로만 채워진 펀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채워져 있는 것처럼 펀드명세서를 작성해줬다. 이 펀드명세서는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을 속이는 데 활용됐다. 하나은행이나 예탁원 두곳 모두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너무 소홀히 했다.

그러나 정말로 더 큰 문제는 NH증권에 있다고 본다.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누굴 믿고 펀드에 가입했을까? 펀드명도 생소한 옵티머스를 믿고? 100% 아닐 것이다. 누구라도 알고, 믿고 신뢰하는 농협의 계열사가 적극 추천해주는 상품이니 전적으로 믿고 샀을 것이다. 최소단위 1억이 넘는 상품을 4,300억원이나 파는 NH증권이 설마 상품 검증을 제대로 안했을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처럼 2021-01-24 12:30:54
NH증권 정영채사장과 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는 더 이상 책임회피 말고 고객이자 피해자에게 조속히 피해배상을 촉구합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