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는 처음에 무엇을 잘못 보았나 했다.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미사일 등 핵보유국이라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사람 이름을 빗댄 말은 처음 들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사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뜨악했다. 미화치고는 너무 지나친 까닭이다. 문 대통령이 천연기념물도 아니고.
마침 어제(1월 24일)가 문 대통령의 69번째 생일이기는 했다. 그냥 생일 축하한다고 하면 됐지, 무슨 용비어천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영선 전 장관이 그랬다. 낯이 화끈거릴 정도다. 친문이나 대깨문들은 자연스런 표현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듣기에는 거북하다. 나 역시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과 친문의 환심을 사려고 그랬겠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박영선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 생신, 많이 많이 축하드린다"면서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표현은 이른바 ‘꽅통’들이나 한다. 박영선도 작심하고 그런 표현을 했을 것 같다. 반발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면 바보. 알고도 그랬다는 얘기다. 친문들에게는 입에 딱 맞는 표현이다. 이보다 더한 아부가 있을 수 있을까.
함께 서울시장 출사표를 띄운 야당 후보들이 발끈했다.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나경원은 페이스북에 "박 전 장관님, 국민은 더는 '문재인 보유국'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서 "무능한 국정 운영, 짝사랑과 다를 바 없는 실패한 대북정책, 부동산 가격 급등과 서민의 주택난을 보고도 어떻게 아직도 '문재인 보유국'을 말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틀어막고 검찰총장까지 내쫓으려 했던 정권"이라며 "야당의 비판은 이제 듣는 척조차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 번 솔직히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내려보자. 나는 역대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고도 혹평한 바 있다. 물론 나의 주관적 평가이기는 하다. 내 기억에도 문 대통령이 잘한 게 없다. 조국과 추미애 정도만 생각난다. 그들을 감싼 것 말고는 딱히 내 머릿속에 박힌 것은 없다. 나는 매일 오풍연 칼럼을 쓴다. 문 대통령도 날마다 감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칭찬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거의 하지 않아서다.
오세훈도 가세했다. 그는 "박 전 장관이 쓴 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아무리 급해도 이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나온 분이 코로나 시대 하루를 고통 속에 보내고 있는 시민들의 원성과 비통함은 외면한 채 오직 '문비어천가'를 외치는 것에 서글픈 마음마저 든다"며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나라도, 대통령의 절대권력 나라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영선은 그동안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왔다. 그다지 튀지도 않았다. ‘문재인 보유국’ 발언은 주목을 많이 끌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적이라고 자평할까. 그래도 웃기는 정치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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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