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박원순 ‘성희롱’ 인정했다
인권위가 박원순 ‘성희롱’ 인정했다
  • 오풍연
  • 승인 2021.01.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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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이 마침내 ‘성희롱’으로 인정됐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과 검찰은 이 같은 판단을 내리지 않았었다. 피의자가 숨져 더 이상 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성희롱’이라고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 피해 사실 없이 피해자만 존재하는 사건이 될 뻔했으나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조사 착수 5개월여 만에 결론을 내림으로써 여성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피해자가 있는데도 ‘피해호소인’이라는 황당한 신조어까지 등장했었다. 박원순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보진영 측이 지어낸 말이었다. 그러다보니 경찰도, 검찰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많은 참고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똑부러진 결론을 도출하지 못 했다. 다들 내 책임은 아니라고 발뺌했다. 피의자가 숨진 사건은 대개 비슷하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며.

그러나 인권위는 달랐다. 인권위는 25일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희롱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된 유력한 정치인이었고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이라면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에 있다는 점은 명확하고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지는 등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는 피해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법원도 다른 사건에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적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A씨가 당한 또 다른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A씨의 병원 상담 내용을 근거로 박 전 시장이 외설적인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나 속옷 사진을 보냈고, 이런 행동은 A씨가 다른 부서로 옮긴 이후로도 지속해서 이어졌음을 명확히 했다.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5개월여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으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으로 지난달 29일 수사를 마쳤다. 경찰에 이어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 결과를 공개한 검찰도 성추행 여부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사건으로 묻힐 뻔 했다. 그나마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어제 당 대표직을 사퇴한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위계에 위한 성추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희롱이든, 성추행이든 가해자가 무조건 나쁘다.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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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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