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5원 깎자"…`고철담합` 현대제철 등에 과징금 3천억
"A급 5원 깎자"…`고철담합` 현대제철 등에 과징금 3천억
  • 김가영 기자
  • 승인 2021.01.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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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8년간 담합행위 제재...현대제철 주도,모임때 '마동탁' 가명에 현금만 사용
업계 "과징금 과도…행정소송 낼 계획"

[서울이코노미뉴스 김가영 기자] ‘5원 인하'  ‘기준가격을 내려 시장을 흔들어야’  ‘26일 인하’  ‘A급 추가인하 검토계획’.

지난 2015년 8월 제강사 구매팀장 모임에 참석한 현대제철 구매팀 직원이 수첩에 쓴 내용이다. 이들 제강사는 이날 모임에서 철근, 강판 등 제강제품을 만드는 주원료인 철 스크랩(고철) 구매가격을 담합했다. 이런 식의 담합이 현대제철을 비롯해 철근을 생산하는 제강사 7곳에서 8년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한국제강, 한국철강, 한국특수형강의 고철 구매 기준가격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총 3000억83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은 퀄컴(1조300억원), 6개 LPG공급사 담합(6689억원), 호남고속철도 관련 28개 건설사 담합사건(3478억원)에 이어 4번째로 규모가 크다. 

회사별로는 현대제철 909억5800만원, 동국제강 499억2100만원, 한국철강 496억1600만원, 와이케이스틸 429억4800만원, 대한제강 346억5500만원, 한국제강 313억4700만원, 한국특수형강 6억38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고철은 철강제품의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나 폐가전‧폐자동차에서 수집한다. 고철 수집상→중간상→납품상을 거쳐 제강사로 가는 구조로, 만들 수 없어 단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도 즉시 공급되지는 않는다. 이런 만큼 특정 제강사가 재고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가격인상이 촉발되고, 공급업체들은 구매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강사가 가격을 올릴 때까지 물량을 잠글 수 있다. 

이에 현대제철을 필두로 한 7개 제강사는 지난 2010∼2018년 사이 155차례에 걸쳐 철근의 원료가 되는 `철스크랩`(고철) 구매 기준가격의 변동폭과 그 시기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고철 구매가격을 깎으면서 재고량은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담합은 현대제철 주도로 공장 소재지에 따라 영남권과 경인권에서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영남권 7개 제강사는 2010년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120회(월평균 1.7회)의 구매팀장 모임을 통해 담합했다. 경인권에서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2010년 2월∼2016년 4월 고철 구매팀장 모임을 월평균 1회씩 총 35회 해 가격을 짜고 담합했다. 이후부터는 실무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실무자끼리 만나 고철 구매시의 기준가격 변동계획, 재고량‧입고량, 수입계획 등 중요한 정보를 교환해 합의했다. 제강사 구매팀장들은 담합사실을 숨기기 위해 모임 예약시 ‘김철수’  `오자룡`  `마동탁` 등 가명을 쓰기까지 했다. 법인카드 사용은 금지하고 식사비는 현금으로만 결제했으며, 모임 결과는 문서로 남기지 못하게 하는 등 보안에도 유의했다.

공정위는 향후 행위금지명령, 정보교환 금지명령 및 최고경영자·구매부서 임직원 대상 교육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들을 검찰에 형사고발 할지를 다음주 전원회의에서 추가로 심의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기 카르텔조사국장은 "이건은 현대제철 주도로 이뤄졌는데, 상위 사업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업자들이 기존의 관행을 철저히 반성하고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된 제강사들은 과징금액에 관해 공정위 측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소명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과징금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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