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공매도 전쟁' 성공할까...'두산인프라 스톱' 점화
'한국판 공매도 전쟁' 성공할까...'두산인프라 스톱' 점화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1.02.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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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공매도 잔고 2조,에이치엘비 3천억 가장 많아
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1월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중심으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 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두인스톱'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본격화되고 있다.

공매도 금액이 많을수록 '숏 스퀴즈'(공매도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면서 주식을 급하게 사들이는 것)가 만들어질 때 공매도를 한 투자자의 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은 2일 온라인 종목 토론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맞서 주식을 매수하는 이른바 '두인스탑'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매도 비중이 큰데 주가는 최근 거래일 기준 8000원대로 저렴해 주주들이 뭉치면 충분히 '한국판 게임스톱'이 될 여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에 앞서 인적분할로 인한 주주명부 폐쇄 이전에 공매도 상환이 이뤄져야 하므로 '두인스탑'이 승산이 있다고 주주들은 말한다. 주주들은 9주, 99주, 999주 단위로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두인스탑' 운동에 동참하는 신호를 보낸다. 실제로 이날 두산인프라코어 호가창을 보면 9주, 99주, 999주 단위로 체결되는 매수가 상당히 많다.

지난 1일 '반공매도 대장주'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도 덩달아 7.48% 급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2일 전 거래일 대비 0.68%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으나 셀트리온 주가는 4.18% 하락한 35만5500원, 에이치엘비는 1.76% 하락한 9만4800원에 마감했다.

또한 지난 28일 현재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2조59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313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10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이치엘비(3079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024억원), 케이엠더블유(1925억원), 펄어비스(1804억원) 순으로 많았다.

앞서 한투연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많은 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의 주주와 연대할 뜻을 밝혔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을 중심으로 헤지펀드와 '공매도 전쟁'을 한 것처럼, 'kstreetbets(KSB)사이트'를 개설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일부 헤지펀드 등에 손해를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파는 만큼 나중에 이를 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파는 가격에 비해 사는 가격이 높으면 공매도한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된다. 다만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지금 당장 (매수를) 하겠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선 개인 투자자 세력을 결집해서 회원들의 의사를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매도가 금지된 현재 집계되는 공매도 잔고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물량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성자는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선물을 매수하면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현물을 매도하는데, 이때 공매도를 활용한다. 이밖에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해 3월 이전에 공매도했던 물량도 일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빌린 주식의 상환기간은 상호간 협의로 결정되는 것으로 정해진 만기가 없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현실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실히 국내 투자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그룹 활동을 통해 훨씬 조직화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은 미국과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국내에서도 공매도가 재개되면 게임스톱과 비슷한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스톱과 동일한 전략을 한국 주식시장에 반영하려는 투자자들의 0기대가 반영됐다"며 "개인투자자를 둘러싼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식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다" 면서 "국내에서는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해 '숏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은 (펀드 매니저들이) 남의 돈으로 몇천억원씩 버는 월가 자체에 대한 분노와 함께 공매도가 과도하고 시세를 조정하는 데 대한 응징의 성격도 강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공매도 규모도 크지 않고 기관 투자 문화가 (미국) 헤지펀드처럼 공격적이지도 않다"고 짚었다.

이어 "개인들이 (미국처럼) 그렇게 응집하는 건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관 매니저에 대한 분노보다는 (공매도로) 가진 주식의 주가가 내리는 것을 염려하는 성격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게임스톱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비중이 100%를 넘었던 것에 비해, 국내 주식의 공매도 비중은 그보다 크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8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비중은 롯데관광개발(6.77%), 두산인프라코어(5.04%), 셀트리온(4.56%) 순으로 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신라젠(9.07%), 에이치엘비(6.52%), 케이엠더블유(6.13%) 순이었다.

공매도 금지직전인 지난해 3월13일 기준으로는 코스닥시장에서 헬릭스미스(13.59%) 등 3개 종목이 10%를 넘겼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제일 큰 셀트리온은 9.35%였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게임스톱처럼) 작은 종목에 대해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오히려 걱정되는 건 안좋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성공하자 뒤늦게 쫓아가서 비싸게 산 사람은 어떻게 하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 싼 가격에 샀다가 중간에 이익을 내고 빠져나갈 경우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도 남는다"며 "그런 문제도 관련 있어서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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