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이냐, '광풍'이냐?...'오디션 공화국'의 명(明)과 암(暗)
'열풍'이냐, '광풍'이냐?...'오디션 공화국'의 명(明)과 암(暗)
  • 조석남
  • 승인 2021.02.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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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이 정도면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다. 대한민국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얘기다. TV를 켜면 온통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이라 불린다. 지난 2009년 7월 Mnet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디션 시장의 서막이 올랐다. 그 후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다시 TV 오디션 세상이 왔다. 이번엔 ‘트로트 오디션’이다.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2019), ‘내일은 미스터트롯’(2020)으로 촉발한 트로트 오디션 신드롬이 고스란히 지상파로 번졌다. MBC가 지난해 10월부터 ‘트로트의 민족’을 시작했고, SBS가 ‘트롯신이 떴다’ 시즌 2를 오디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KBS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트롯 전국체전’을 방영 중이다. TV조선이 지난해 12월 17일 재개한 ‘내일은 미스트롯2’까지 일주일에 나흘,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트로트의 경연이 이어진다. ‘트로트 오디션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어디 트로트 뿐인가. 무명가수들의 재기전인 JTBC의 ‘싱어게인’, 포크 음악으로 경연하는 Mnet의 ‘포커스’, MBN의 ‘로또싱어’도 있다.

오디션은 '경청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우디레(audire)'에서 유래했다. 특정 배역에 어울리는 영화·뮤지컬 배우, 가수 선발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디션이 일반인 중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뽑거나 연예인들끼리 경쟁시키는 서바이벌 형태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확산됨에 따라 그 명(明)과 암(暗)도 극명해지고 있다.

오디션의 최고 장점은 공정성이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떤 선입견이나 기득권을 버리고 오로지 실력으로 뽑는다. 그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오디션은 대부분의 과정을 공개한다. TV는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심사의 대중화이다. 흥미와 시청률을 위해 일반인을 심사에 참여시키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능력이나 자질보다 지연, 학연 등 온갖 연줄이 우선시되고 있다 하더라도 여기에서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갈구와 확신이 사람들을 오디션 프로그램 앞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이기는 게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이긴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출연자들이 벌이는 경쟁방식은 한층 기대감을 더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안방에서 눈과 귀가 즐겁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트로트에 열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랫동안 코로나 19로 지친 사람들 마음에 트로트가 큰 위안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긍정적 측면 못지 않게 부정적 측면도 만만치 않다. 희망과 자신감을 주는 것은 좋지만 무턱대고 도전에 나서게 함으로써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냉정히 평가하지 못하고, 막연히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너무 많으니 잡음이 없을 수 없다. 처음엔 눈치작전이 거셌다. 실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어떤 참가자는 해당 프로그램과 출연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방송사 간의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수반하게 된다. 벌써부터 상금액수 등을 놓고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도전자들의 순수한 열정이 방송사의 상업적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명 ‘악마의 편집’이라는 화면도 종종 눈에 띈다. 될성부른 지원자가 더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편집을 몰아주거나, 노래가 더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사연을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Mnet ‘프로듀스 101’이 문제가 된 것도 이런 악마의 편집에 너무 기댔기 때문이다. 인기 투표로 변질됐던 시청자 투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투표 순위 조작은 결국 ‘프로듀스 101’의 제작진을 나락으로 몰아넣었고, 시청자들을 돌아서게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더욱 성숙한 장르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중심에는 '꿈에 대한 희망'이 있다. 도전자들이 꿈을 향한 도전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방송사는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도전이 끝나고, 아쉽게 성공하지 못한 도전자들은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들은 도전의 과정들이 꿈처럼 기억될 것이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탈락자, 실패자를 정상적으로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도 방송사의 몫이요, 책임이다.

<필자 소개>

조석남(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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