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인가 이익나누기인가...우리 기업들은 봉이 아니다
이익공유제인가 이익나누기인가...우리 기업들은 봉이 아니다
  • 권의종
  • 승인 2021.02.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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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정부, 속 끓이는 기업들...남보다 돈을 더 벌었다 해서 공유하자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일 수도
공생 취지는 이해되나, 상생 방안으론 부적절...재정서 구조개편 통해 여력 만들고, 모자랄 땐 국채 발행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코로나19 이익공유제 법제화가 2월 임시국회의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찬반론이 엇갈리며 이목이 국회로 쏠려 있다. 이익공유제 논란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 언급하면서 촉발되었다.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만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지고,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져야 국민 통합에 다가갈 수 있다"며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자"고 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서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모임을 가졌다. 기업들이 출연하는 사회연대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금 재원을 정부가 일부 출연하되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로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기금 조성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민간의 자발성에 기대는 이익공유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지난해 5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자발적 기부를 독려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기부 실적이 재난지원금 지급액의 2%에도 못 미쳤다. 더욱이 이익공유제는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줄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원 마련 대책부터 세우고 있다. 순서가 안 맞는다.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창했던 정운찬 초대 동반성장위원장 등 역대 위원장들의 생각도 부정적이다.

재계의 우려가 크다. 기업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익공유제 논의로 인해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을 언급하며 반대 논리를 폈다. 이익산정의 불명확,  주주의 형평성 침해,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 외국기업과의 형평성, 성장 유인 약화를 적시했다.

정부는 이익공유 제도화 박차...전문가들은 실효성 의심, 재계는 기업에 미칠 악영향 우려

동반성장, 상생의 명목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지금도 없는 게 아니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 지원 목적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은 2013년 2,260억 원으로 시작되어 2021년 기준 1조3,499억 원에 달했다. 8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또한 ‘자발적 기부’의 명목으로 출발했고,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묵시적 압박에 기업들은 속이 탄다. 앞서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극렬한 반대에도 통과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이번 이익공유제도 그런 양상으로 흘러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섣불리 반대의견을 냈다가 ‘나쁜 기업’으로 찍힐까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입이 있어도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게 기업들의 엄연한 현실이다.

일시적 현상을 법 제정으로 해결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있으나 한때의 전염병에 불과하다. 재난이 닥칠 때마다 법으로 출연을 강제하기 어렵다. 그래서도 안 된다. 태풍이 발생하면 피해 복구로 돈 번 기업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돼지나 닭고기 소비로 덕 본 업체에 이익을 나누자는 법을 만들 수 없다. 명분이 없고 실익도 약하다.

제도의 논리적 한계가 뚜렷이 드러난다. 적자가 났을 때는 손실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이익만 나누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모순이다. 더구나 기업들은 영업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3%포인트 올랐다. 출연금과 법인세를 모두 받게 되면 이중과세의 소지가 있다. 양자는 명칭만 다를 뿐 기능상 하등 차이가 없다.

제도의 논리적 한계 뚜렷...적자 났을 땐 손실 공유치 않고, 이익만 나누자는 건 명백한 모순

용어의 혼선마저 빚어진다. 일각에서는 이익공유제라는 말이 오해와 혼선을 불러올 수 있어 ‘이익 나누기’라는 말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공유가 ‘공동소유’ 느낌을 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는 있으나 부질없는 한담(閑談)으로 들린다. 본질을 벗어나 형식에 얽매인 말싸움으로 느껴져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기업은 봉이 아니다. 화수분으로 알면 곤란하다. 안정된 길을 마다하고 고생과 위험을 무릅쓰며 굳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고상하게 표현하면 영리 추구, 쉽게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남보다 돈을 더 벌었다 해서 공유하자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일 수 있다. 사업은 잘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이익은 경기에도 영향을 받지만, 경쟁 관계나 기업의 노력과 혁신에 기인하는 측면도 크다.

기부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 어려울수록 도우려는 온정은 커진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20년 연간 모금액이 전년 대비 1,921억 원이 늘어난 8,46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 기부액은 2,661억 원. 노인들 쌈짓돈, 아이들 코 묻은 돈이 보태졌다. 익명의 기부자도 많았다. 법인 기부금은 5,801억 원으로 7할을 점한다. 필요하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위대한 국민과 기업을 보유한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공생의 취지는 이해되나 상생 방안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재정에서 구조 개편을 통해 여력을 만들어내고, 그걸로도 모자랄 때 국채 발행을 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행여 IMF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이나 대한제국 시절의 국채보상운동과 같이 국민의 연대 의식에 호소할 생각일랑 하지도 마시라. 그러잖아도 힘들고 지쳐있는 국민이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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