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유료판매 아니라 공개대상 아냐" 발뺌…전문가들 "취지 훼손" 비판
[서울이코노미뉴스 김가영 기자] 엔씨소프트 `리니지2M`에 만드는 데 2억원이 넘게 드는 최상급 무기 아이템이 출시됐다. 이 무기를 제작려면 2중의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거쳐야 하는데, 엔씨가 제작에 필요한 일부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씨의 리니지2M은 `신화 무기`를 출시했다. 신화 무기는 `신화 제작 레시피`로 만드는데, 엔씨는 이 레시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2중의 확률형 아이템 뽑기 과정에서 첫번째 단계의 확률만 공개하고 있다. 현재 신화 무기를 만들려면 적어도 1억원, 많게는 2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 제작 레시피를 만들려면 `고대의 역사서 1∼10장`을 모아야 한다. 고대의 역사서 1∼4장은 `희귀 제작 레시피`, 5∼7장은 `영웅 제작 레시피`, 8∼10장은 `전설 제작 레시피`로 만들 수 있다.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레시피를 공짜로 획득할 가능성도 있지만,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한 이용자는 "전설 제작 레시피를 주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레시피는 보통 여러 종류의 확률형 아이템(랜덤박스)에서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 엔씨는 랜덤박스에서 레시피를 뽑을 수 있는 확률은 게임업계 자율규제에 따라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장의 재료 상자로 레시피를 뽑으면 희귀 제작 레시피를 뽑을 확률은 2%, 영웅 제작 레시피를 뽑을 확률은 0.5%다. 10개를 모아 전설 제작 레시피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조각` 1개를 뽑을 확률은 0.25%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엔씨가 이렇게 만든 레시피로 고대의 역사서 1∼10장을 뽑을 수 있는 확률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화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세종류의 레시피(1단계)를 뽑을 수 있는 확률은 공개했지만, 고대의 역사서(2단계)를 뽑을 수 있는 확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게임업계는 한국게임산업협회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 강령은 게임사가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엔씨는 “신화 무기를 만들 때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고대의 역사서`의 경우 캡슐형 유료 아이템이 아니라 다른 아이템을 모아서 만드는 제작 아이템이므로 확률 공개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씨가 아이템 뽑기 확률 공개를 약속한 자율규제의 도입 취지를 어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는 지나치면 사행성이 될 수 있고, 돈을 들이는 만큼 이용자들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고 보아 뽑기 확률을 공개하자고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령 해석에 따라 어느 아이템은 확률 공개대상이고, 어느 아이템은 공개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접근은 자율규제 도입의 취지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