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시대의 경제 문제
뉴 노멀 시대의 경제 문제
  • 이한주
  • 승인 2021.02.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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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칼럼] 얼마 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님이신 김형석 철학자께서, 100세를 살아본 경험을 찬찬히 관조하시는 것을 보았다. 나이가 들며 급변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올드송에 혼잣말로 절로 흥얼거리는 것처럼 익숙한 논리와 단어에 절로 머리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요즘 세상살이는 진실로 익숙함과의 이별이며, 새로움을 받아들여야하는 불편함이 매일이다. 마스크의 장시간 착용, 혼자 하는 강의, 일상적인 혼밥과 혼술, 종갓집 제사의 유튜브 중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화상회의 등은 참으로 낯설다. 옛날 같으면 이상한 일로 치부하거나, 하면 안 될 일들이 일상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경제학의 상식과 다른 이상 조짐

요사이 경제도 그렇다. 경제학의 상식과 달라도 너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화량은 일국에서 유통되는 돈 또는 돈의 대용이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이 돈을 풀면, 이 돈은 시중은행을 통해 민간에 흘러 들어가서 이자율을 떨어뜨리고 투자수요나 가계수요를 진작시킴으로써 경기가 살아나고 물가가 오르는 것이 상례였다. 이러한 물가의 오름세가 어느 정도 누적되면 그제서야 주식이나 주택과 같은 자산가격이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부터는 이상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돈을 풀고 이자율을 떨어뜨려도 물가가 오르기는커녕 수요조차 늘어나지 않았다. 먹고사는 곳에서는 여전히 소득이 불평등했고, 실업자만 증가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는 통화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고 돈을 더 풀었다. 이자율은 더욱 떨어지고 시중의 돈은 넘쳐났지만 여전히 물가는 제자리였다. 그러는 와중에 코로나가 닥친 것이다.

재난은 공평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은 더욱 괴로워졌고 병약한 이는 더 많이 죽어갔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임대료조차 내지 못할 만큼 위태로워 특별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을 하더라도 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과 증권, 심지어는 암호화폐도 유례없이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정부는 25번의 부동산 규제를 하지만 개인은 자신의 모든 자산을 끌어 모아, 영혼을 끌어 모으는 것처럼 집을 사는 ‘영끌’로 뚫는가 하면, 빚내서 투자를 하는 ‘빚투’를 해서라도 주식을 사 모은다. 이러한 부분만 보면 경제 전체가 침체되는 모습이 가려진다.

뉴 노멀 시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야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면 양상은 여러 가지이리라. 영화 타이타닉을 보자. 한쪽이 가라앉을 때 한쪽은 들린다. 가라앉은 부분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배는 가라앉는다. 지금,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일수록 코로나도 기승을 부리고,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더욱 심각하다. 심지어는 민주주의도 도전을 받는다.

며칠 전,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원로이신 이어령교수께서 이 세태를 두고 ‘역설’이라는 단어로 정리를 하셨다. 요컨대, ‘열심히 글로벌화를 해 선진국이 되었더니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나 하는 신세’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다. 가라앉는 타이타닉 경제도, 역설로 점철된 개인의 생활도, 이 상황이 오래 가 뉴 노멀이 된다 해도, 구원의 길은, 기득권과 비기득권, 자본과 노동, 개인과 사회가 ‘서로 돕고 함께’하는 민주주의일 것이다. 거기에 국가도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 이 한 주
· 경기연구원 원장
·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국정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
· 가천대학교 부총장

· 저서 및 논문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연구』 국회 예결위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다담출판사, 2016
『Estimation of the demand function of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construction business』 KSII, 2015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의 가치공감과 조합원만족이 조합원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협동조합학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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