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율보상 쪽으로 기우는 ‘키코’ 분쟁
은행 자율보상 쪽으로 기우는 ‘키코’ 분쟁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1.02.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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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신한은행 이어 대구은행 일부 보상키로 결정…우리은행은 검토 중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키코(KIKO) 사태 피해 기업들에게 관련 은행들이 보상키로 하거나, 보상해줄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10년)가 지나 법적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배상하는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이 키코 피해 기업 147곳에 대한 분쟁 자율조정을 추진하는 것을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자체 기준에 따라 일부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5일에는 대구은행이 일부 보상을 결정했다.

이들 은행은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 은행의 사회적 역할과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보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도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키코 보상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추가 사실을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며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나머지 은행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 사태 이후 은행 6곳(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피해 기업 4곳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명시적인 분쟁조정안을 냈었다. 하지만 당시  권고안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 한 곳에 그쳤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씨티, 신한, 대구은행이 배상하는 쪽으로 돌아섰고 하나도 검토 쪽으로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남은 곳은 산업은행 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논의 경과를 좀 더 지켜본 뒤에 협의체를 전반적으로 정비하고 다른 은행들의 의사를 다시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모두 11곳이다. 이들 중 산업은행을 제외한 10곳(신한·우리·하나·대구·씨티·KB국민·기업·농협·SC·HSBC은행)이 참여하는 은행협의체가 지난해 7월 출범했으나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정을 납득하기 어렵고, 법률적으로 종결된 사안의 번복은 굉장히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앨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큰 피해를 봤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사기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몇몇 사례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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