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서경배 회장 '승계' 차질?...최악 실적 속 장녀 민정 씨 '자금난(難)'
아모레 서경배 회장 '승계' 차질?...최악 실적 속 장녀 민정 씨 '자금난(難)'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02.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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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사위까지 지분 증여받았다지만 서민정 지분 많은 3사, 경영난으로 대규모 배당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최소 1조원 넘을 지주사 지분확보 자금 마련 난감...사업구조상 3사 활용한 '기적(?)' 창출은 사실상 불가능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지난 1월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상 최악의 작년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재작년보다 21%나 줄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92%나 줄어 고작 220억원 흑자였다.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중국시장을 주름잡던 몇 년 전과는 너무나 추락한 모습이었다.

그 며칠 후인 지난 8일. 이 그룹 서경배 회장(58)이 맏사위와 차녀에게 각각 10만주씩의 지주사 주식을 증여한다고 공시해 또 화제가 됐다. 금액으로는 각각 68억원 상당. 증여시점도 교묘해 실적악화 발표로 주가가 많이 싸졌을 때 이루어진 증여였다. 보통 재벌들은 자녀에게 증여할 때 주가가 싸져 증여세를 많이 절감할수 있을 때를 자주 활용한다.

이미 후계자설이 분분했던 장녀를 제외하고 그의 남편과 차녀에게만 증여했다고 해서 또 화제가 되기도 한 증여였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후계자설이 나돈 장녀 서민정 씨(30)는 이미 주식 지분이 적지 않다.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2.93%를 비롯, 계열사 이니스프리(18.18%),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의 주식들도 많이 갖고 있다.

2019년 재벌닷컴이 평가한 주식보유액은 2,120억원으로, 30세이하 주식부자 1등에 오르기도 했다. 거기에 비해 차녀 서호정 씨(26)는 이제 겨우 지주사 지분 0.12%를 확보했을 뿐이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나온 서씨는 2017년 잠시 아모레퍼시픽을 다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 중국 장강경영대학원 MBA, 중국 2위 전자상거래기업 징동닷컴 등을 거쳐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에 재입사했다. 작년 10월에는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의 장남인 홍정환씨(36)와 결혼했다.

홍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친인 홍나희 여사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어느 신문은 "서민정 씨가 작년부터 그룹 핵심부서인 전략팀에서 경영수업중이다. 이어 작년 가을 결혼한 남편까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안정된 후계구도를 만들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서울 용산 본사 사옥

서경배 회장. 장녀 서민정에게 지주사 외  3개 계열사 지분 몰아줘...문제는 서민정 지분 많은 3사의 경영실적 모두 '엉망'

과연 그럴까? 아버지가 오래 전부터 장녀인 서민정 씨에게만 지주사 지분에 더해 3개 계열사 지분을 몰아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 회사들을 능력껏 키워보라는 것일게다. 잘 키우기만 하면 지주사와 합병, 지주사 지분을 단번에 다량 확보할수 있는 방법이 있다. 또 이익을 많이 내서 생긴 배당금을 상속-증여 자금으로 활용할수도 있다. 아니면 배당금이나 3개사 지분을 판 자금으로 지주사 지분을 더 확보할수 있다. 재벌 2-3세들이 많이 쓰는 수법들이다.

아버지 서 회장의 지주사 지분 53.66%는 지난 8일 종가 6만3,200원으로 계산하면 모두 2조7961억원. 이중 30% 정도만 확보하면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다. 금액으로는 1조5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문제는 서민정 씨 지분이 많은 3사의 경영실적이 모두 엉망이라는 점이다. 이니스프리부터 보자. 2009년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사업부문을 넘겨받아 설립된 이 회사는 화장품 제조판매사라지만 대부분 다른 회사의 상품을 넘겨받아 판매하는 사업구조다. 2019년 전 계열사에 대한 매출이 1,471억원, 매입이 1,195억원에 이른다.

지주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요 주주 구성 (202128일 보통주 기준 %)

 

서경배(회장)

서민정(장녀)

서호정(차녀)

홍정환(맏사위)

서송숙(회장큰누나)

아모레퍼시픽재단

자사주

보유지분

53.66

2.93

0.12

0.12

0.12

0.52

7.5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9년 자산규모 5,424억원, 매출 5,518억원, 영업이익 6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6년까지는 탄탄한 회사였다. 그러나 2016년 정점을 기록한후 내리막길이라는 평가 속에서 2019년 무려 1,002억원의 중간배당과 78억원의 정규배당을 실시해 욕을 먹기도 했다. 실적은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사상최대 규모 배당이었다. 이때 서민정은 180억원이 넘는 배당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이니스프리는 상대적으로 낫다. 나머지 두 회사는 모두 적자 투성이다. 자산 769억원의 에뛰드는 2019년 매출 1,799억원에 185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았다. 당기순손실도 185억원. 미처리결손금도 404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018년 63.9%에서 2019년 362%로 폭증했다. 순차입금비율도 87%에 달한다.

에스쁘아도 2019년 매출 467억원에 당기순익이 15억 적자. 부채비율은 2018년 67%에서 2019년 119%로 껑충 뛰었다. 결손금도 104억원에 달한다. 이 세 회사의 경영상태는 코로나19가 있었던 작년에 더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모레, 유동성 확보 위해 빌딩까지 내다 팔아...배당금 축소로 오너 3세인 서민정씨도 당분간 승계 자금 확보 어려울 듯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경배 회장은 삼성 이건희 전 회장보다도 더 주식부자였다. 워낙 중국 등지에서 아모레퍼시픽 제품들이 잘 팔렸다. 그러나 경쟁사 LG생활건강은 작년 코로나19 와중에도 중국 등지에서 펄펄 날았으나 아모레는 계속 죽을 쒔다. LG생건이 고가제품으로 특화한데 비해 아모레는 저가와 고가제품 사이에서 헤매며 제품포트폴리오 구성에서부터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결국 아모레는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알짜 빌딩인 성암빌딩을 (주)신영에 팔기도 했다. 순매각가는 1,520억원. 공시자료상의 매각사유는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와 유동성 확보였다. 그 탄탄하던 아모레퍼시픽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빌딩까지 내다파는 상황에까지 온 것이다.

서민정 씨의 지분이 많은 3사는 물론 지주사와 그룹 주력사까지 모두 헤매다보니 대규모 배당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작년 지주사부터 배당이 없었다. 아직 지주사 과장급이라 급여도 많지 않을 것이다. 배당금 축소로 인해 오너 3세인 서민정씨도 당분간 승계 자금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영실적(연결기준 억원 %)

 

2020

2019

증가율

매출

49,300

62,842

-21.5

영업이익

1,506

4,982

-69.8

당기순이익

220

2,824

-92.2

자산(연말기준)

77,887

82,813

 

부채( )

15,167

18,012

 

자본총계( )

62,720

64,801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아버지 나이 58세, 본인 30세라 아직 시간이 많이 있다지만 이런 식으로 해서야 언제 최소 1조원이 넘을 지주사 지분확보 자금을 마련할수 있을까? 3사의 사업구조로 봤을 때 3사를 활용한 '기적(?)' 창출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론적으로만 봤을 때 방법은 없지 않다. 53%의 아버지 지분을 혼자서 모두 상속이나 증여받고 세금은 물납이나 분할납부하는 것이다. 그러면 30% 정도의 지분확보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이 가만 있을까?

아모레의 실적은 코로나가 끝나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영광을 완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K뷰티의 지형이 그만큼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경배 회장과 서민정씨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증여 후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를 통해 증여세를 마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면서 "로드숍 업황 악화로 양사 실적이 급감하면서 승계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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