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쏘아올린 ‘차등의결권’ 논란
쿠팡이 쏘아올린 ‘차등의결권’ 논란
  • 이선영 기자
  • 승인 2021.02.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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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허용시 계열사 설립해 일감 몰아주기, 경영권 확보 등 남용…"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 목소리도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 국내 상장이 아닌 미국 상장을 선택한 배경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일반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차등의결권주는 1주 2표나 1주 10표 등 1주로 다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허용하는 제도로, 해외 선진시장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주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와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상장사에 대해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장과 동시에 차등의결권이 소멸되는데 반해, 미국 증권시장에서는 신규로 상장할 경우 창업주에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증여나 상속, 매매가 불가능하고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창업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이 시행되더라도 신규 상장하는 일부기업에 대해서만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기업보다는 벤처기업을 위해 더 필요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약 모든 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할 경우 대기업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대기업이 차등의결권을 가진 비상장기업을 설립한 후 회사 대주주로 오너 일가중 한명을 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히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지고, 기업이 성장해서 상장하게 되면 차등의결권을 토대로 경영권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 등 차등의결권이 허용됐을때 남용에 대한 위험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주평등권에 대한 침해 문제도 약점으로 꼽힌다. 차등의결권은 종류주식의 반대 개념인데 일방적으로 창업주에 대해선 의결권을 전부 몰아주겠다는 방식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에는 정치권도 가세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경영권 탈취 위협이 있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며 "창업자에게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에선 이런 시각을 경계한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라며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이 있다고 해서 (벤처기업) 상장이 편하게 되고, 없다고 상장이 안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가진 미국 현지의 '쿠팡 LLC'(쿠팡 유한회사)가 '쿠팡 Inc'(쿠팡 주식회사)로 전환해 상장하는 것으로, 차등의결권과 연결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권 장관은 "복수의결권 제도는 벤처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생태계 조성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쿠팡 LLC의 미국 상장은 복수의결권 때문이 아니라 미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펀딩을 받아왔던 과거에서부터 이미 예정됐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이 자본조달이 더 용이한 미국 시장을 선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성공한 국내 기업들은 차등의결권 없이도 국내 상장에 성공한 점도 들었다.

경실련은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재벌 세습은 제도화되고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쿠팡 사례를 국내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논거로 삼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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