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폭력,폭력...‘폭력 공화국’ 오명 벗는 날, 대한민국 선진국 되는 날
폭력,폭력,폭력...‘폭력 공화국’ 오명 벗는 날, 대한민국 선진국 되는 날
  • 권의종
  • 승인 2021.02.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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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단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시작된 학교폭력 고발...곳곳에 퍼진 폭력 문화 청산 시급
폭력에 대한 경각심 키워 구조적 변화로 이어가야... “썩은 나무론 도장 못 새기고, 부스러지는 흙으론 벽 못 발라”

[권의종 칼럼] 스포츠 스타를 상대로 한 학교폭력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여자배구단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서 시작되었다. 남자배구에서도 OK금융그룹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학폭 의혹이 일었다. “나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자매 소속팀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무기한 출전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학교폭력은 실로 광범위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그렇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 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 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터질 게 터졌다. 체육계는 폭력과 체벌의 온상이었다. 후배나 다른 선수를 때리고 괴롭히는 게 관행처럼 통해 왔다. 훈육의 명목으로 폭력이 용인되고 정당화되었다. 피해를 봐도 호소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 용기를 내 상담을 청해도 되레 문제아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피해자를 설득하고 쌍방 간 합의로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했다. 묵인하고 덮기 바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5,274개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다. 나온 결과가 끔찍하다. 응답자의 14.7%, 8,440명이 선배나 지도자로부터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많은 선수가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을 당한 학생 선수 중 79.6%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하지 못했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라는 응답이 24.5%로 가장 많았다.

여자 배구 쌍둥이 자매에서 시작된 학교 폭력, 일파만파...나라 안팎으로 망신살 뻗쳐

망신살이 나라 밖까지 뻗쳤다. 일본 시사통신은 쌍둥이 자매가 중학교 시절 동료를 왕따했다가 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도쿄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졌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한국이 하계·동계 올림픽 10위 안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나, 신체·언어적 폭력이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24,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쌍둥이 배구 스타의 몰락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학교폭력이 심하다. 도를 넘고 있다. 학교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폭력 현장이 되었다. 학생 한 명 또는 한 무리가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급우들도 못 본 체한다. 자신이 타깃이 될까 두려워서다. 큰일이다. 학창 시절만큼 중요한 시기가 없다. 정서적, 정신적 근간이 형성되는 기간이다. 이때 겪은 폭력 피해는 잊히기 어렵다. 평생의 상처와 고통으로 남는다.

국가 주도의 체육 정책에서 비롯된 성과 지상주의와 폐쇄적 문화에 비롯된 바 크다. 성과주의가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학연·지연으로 뭉친 폐쇄성이 폭력을 키우는 촉매제 구실을 했다. 만연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기본 소양이 갖춰져야 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메달을 따면 모든 게 용서되고 만인의 추앙을 받는 세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폭력은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경제폭력 또한 심각하다. 오너 폭력이 반복되고 있다. 직원을 마구 대하거나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경영자들이 드물지 않다. 피고용자를 하인 부리듯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고용주의 그릇된 인식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2015년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언과 폭행, 2014년 대한항공 086편 회항, 2018년 같은 회사 전무의 물컵 갑질, 2010년 M&M 대표의 노동자 폭행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경제 폭력도 심각...오너 폭력, 납품 폭력, 텃세, 열정페이 등 갑질 문화 발본색원 시급

원·하청, 본사·대리점 간 폭력도 심심찮다. 납품 과정에서 교섭력이 약한 소규모 사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일상적이다.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 2017년 현대모비스 물량 밀어내기가 대표적 사례다. 더 나쁜 건 열정페이다. 취업난 속에 일자리에 목매는 청년의 힘든 처지를 악용하는 기업주가 자주 눈에 띈다. 2015년 이상봉 디자인실 논란, 2012년 서울대병원 간호사 논란, 2016년 tvN 조연출 자살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텃세 또한 견디기 힘든 폭력이다. 지역이나 조직 내에서 우월한 지위를 배경 삼아 신입 직원, 이주민, 신규 전입자를 배척하거나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악행이 끊이지 않는다. 폐쇄적 조직이나 귀농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경제폭력의 폐해가 생각보다 깊고 넓다. 당사자의 피해로 그치지 않는다. 기업 경쟁력을 좀먹는 자해 행위로 되돌아온다. 앞에서 열거한 사례들이 이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정부가 손 놓고 있지 않았다. 대책을 잘 마련해 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에 대한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또 ‘옴브즈만’을 출범시켜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상시 감시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공부문의 피해 민원을 받아 처리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도 불공정피해상담센터를 2016년부터 운영 중이다. 소비자단체들도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피해자 돕기에 적극적이다.

곳곳에 퍼져있는 폭력 문화. 청산이 시급하다. 나쁜 근원을 찾아 없애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폭력을 저지르면 어느 곳에도 발붙이지 못하게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문제의식을 키워 구조적 변화로 이어나가야 한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폭력 없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새기지 못하고, 부스러지는 흙으로는 벽을 바르지 못한다.” 공자 말씀이 새롭다.

팔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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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인 2021-02-18 11:42:05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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