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최신원(69) SK네트웍스 회장이 1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최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원 부장판사는 “최 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범죄의 규모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텔레시스, SKC 등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해 유용하고, 개인 사업체에 회삿돈을 무담보로 빌려준 뒤 제대로 상환 받지 않는 등 불법 행위로 회사에 이들 1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텔레시스 자금으로 자신의 개인 회사인 골프장 운영업체에 155억원을 무담보 대출해주도록 하고 제대로 돌려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대규모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최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7일에는 최회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지난 15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수사는 2018년 SK네트웍스를 둘러싼 200억원대의 비정상적 자금 흐름을 포착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통보로 시작됐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회장의 횡령·배임 규모가 1000억원로 늘어났다.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이 구속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어려운 시기에 이런 상황을 맞아 당혹스럽다”면서 “이사회 및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 구속으로 장남 최성환 사업총괄의 경영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성환 사업총괄은 2009년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핵심 부서들을 거쳐 지난 해 3월 SK렌터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총수일가 3세 중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데다 가장 먼저 회사 경영에 참여한 만큼 경영 승계 준비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